남측 426명 사흘째 ‘억류’됐는데 … 정부 655명 방북 또 허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개성공단 입주 기업 대표와의 간담회가 15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렸다. 간담회 시작 전 기업 대표들이 굳은 표정으로 현 장관을 기다리고 있다. [김태성 기자]


북한은 이에 앞서 14일 본인이나 자녀의 결혼을 앞둔 우리 국민 2명과 중국인 기술자 3명, 호주인 바이어 1명 등 공단 내 총 6명의 귀환을 선별적으로 허용했다. 그러나 개성공단관리위원회가 촉구한 ‘조속한 통행 재개’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따라서 사실상 억류나 다름없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는 개성공단 726명, 금강산관광지구 35명, 평양 1명 등 총 762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다.

이날 개성공단기업협의회에 따르면 72개 입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15일 이후 6일 이상 인력·물자 통행이 막힐 경우 94%(68개)가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원자재·식료품 부족 등으로 10곳 중 9곳이 향후 일주일 안에 조업 중단 위기에 처한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당국 일각에선 북한이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한 반발 차원을 넘어 4월 초로 공개한 로켓 발사까지 염두에 둔 압박용으로 개성공단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시점을 밝힌 뒤 한·미가 이를 비판하자 재차단 조치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대신 남한을 위협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포사격 훈련 참관 소식을 전하며 대결 기조를 이어 갔다.

◆정부, ‘일단 방북 허용’ 놓고 논란=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날 공단 입주 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정부는 상황을 엄밀히 보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정부는 개성공단 사업의 훼손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통일부는 내부적으로 비판 성명 발표, 국제적 이슈화 등도 검토했지만 신변 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강경 카드는 꺼내지 않고 15일에도 대북 설득에 주력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16일에 공단으로 올라가겠다는 입주 기업 직원 등 655명의 방북 명단을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전달한 것을 놓고는 논란이 인다. 정부는 방북을 중단시키면 오히려 북한에 보복의 빌미를 줄까 봐 귀환 희망자 214명과 함께 방북 희망자 655명의 명단도 북측에 전달했다. 그러나 상황이 위중한 만큼 당분간 공단 체류 인원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방북이 되건 안 되건 방북 희망 인원을 정부가 대폭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채병건·정용수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