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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중국]2.경제실험 대장정…중소형 기업 놓아주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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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주청 (諸城) 모델을 배워라. " 국유기업 개혁을 서두르는 중국 지도부가 성 (省).시 (市).현 (縣) 등 지방 정부를 향해 부르짖는 슬로건이다.

주청시 (市) 는 산둥 (山東) 성에 있는 인구 1백4만명의 자그마한 현급 도시. 지난 92년 체제개혁의 시범도시로 선정되기 전까지 주청시에는 독립채산제를 실시하는 50개 국유기업이 있었으며 그중 70%가량은 적자상태였다.

주청시는 이중 32개를 주식합작제로 바꾸었다.

주청시의 '쓰다 (四達) 절연재료주식유한회사' 는 주식합작제 개혁의 대표적 사례다.

지난 93년 총자산 1천5백55만위안중 부채등을 털어낸 순자산은 10%에도 못미치는 1백29만위안 (약 1억2천9백만원)에 불과했다.

이를 1천8백주의 주식으로 나눠 종업원 3백40명에게 매입토록 했다.

가장 많이 지분을 매입한 사람은 8만위안어치를 샀다.

이처럼 주청시는 32개 중소형 기업의 지분을 종업원들에게 전부 또는 일부 매각해 기업 소유형태를 국유에서 사유 (私有) 위주로 재편했다.

개혁과정에서 기업 소유권은 국가를 떠나 종업원이나 다른 기업에 넘겨졌다.

국유기업에 경영난의 굴레로 작용했던 주택.의료.연금등 복지비용도 지방정부.종업원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탈바꿈됐다.

중국에서 독립채산을 실시하는 국유기업은 대략 30만5천개, 그중 고정자산 2천만 위안 (약 20억원) 이하의 중소형 기업들은 수적으로 99%에 이른다.

지방의 중소형 기업들은 중앙 정부가 더 이상 일일이 경영에 간섭할 수도, 다시 살릴 수도 없는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지난 95년부터 '큰 기업은 잡고 중소형 기업들은 놓아 준다' 는 방침아래 다양한 개혁방안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였다.

주식합작제는 아직 한가닥 숨이 남아있는 기업들에 대해 "국가가 소유권을 포기할테니 종업원들이 중심이 돼 살 길을 찾으라" 는 것이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빈주전자' 기업들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반화된 합병.매각.분리등이 가차없이 실시되고 있다.

양쯔 (揚子) 강 남쪽에 있는 난창 (南昌) 시의 이른바 'ABC계획' 은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에 살생부와도 같은 것이다. C계획에 따라 흑자로 돌남아있는 기업들에 대해 "국가가 소유권을 포기할 테니 종업원들이 중심이 돼 살 길을 찾으라" 는 것이다.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빈주전자' 기업들에게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반화된 합병.매각.분리등이 가차없이 실시되고 있다.

양쯔강 (揚子江) 남쪽에 있는 난창 (南昌) 시의 이른바 'ABC계획' 은 경영난을 겪는기업들에게 살생부와도 같은 것이다.

C계획에 따라 흑자로 돌아설 가망이 없는 16개 국유기업이 파산조치를 받았고 20개 역시 '안락사' 처방이 내려진 상태다.

파산을 적극 실험중인 우한 (武漢) 도 지난 96년6월현재 1백4건의 파산 신청을 받아 96건을 이미 처리했다.

장쩌민 (江澤民) 당총서기겸 국가주석이 제15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국유기업중 1천개를 제외하고 합병.매각등을 통해 나머지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로 이같은실험적 개혁방안들을 전국의 모든 기업에 적용하겠다는 선언이다.

중소형 기업들에 대한 개혁의 출발점은 부채상환능력이다.

스스로 빚을 갚을 수 있는기업은 살리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합병을 유도하거나 파산.매각을 단행함으로써 정부 재정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산업구조 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점을 중국관계당국은 분명히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기관의 한 설문조사결과 국유기업 경영자들도 기업을 꾸려나가기 힘들 만큼사정이 나빠지면 정부 도움이 아닌▶합병 (44.7%) ▶파산 (24.8%) ▶기업분리 (14.4%) ▶자산매각 (6.2%) 등의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실화된 국유기업을 떠맡는 주체도 지금까지 원칙상 국내 업체로 제한됐으나 앞으로는 개인.외자 (外資) 기업에까지 길이 트일 전망이다.

'다양한 소유제형식의 실험' 원칙에 따라 중소형 기업들에게 외국자본과의 합작이 허용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유기업이 많은 랴오닝성 (遼寧省) 의 궈팅뱌오 (郭廷標) 성장은 최근 외국기업에게 국유기업의 청부.임대 경영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가 내건 '소형 거인을 만들자' 는 슬로건과 함께▶2차산업에서 3차산업으로▶도심에서 근교로▶선 재산권 매각, 후 소유제 개편등의 다양한 구호속에서 개혁의 의도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 =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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