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홍콩차이나 1백일]둥젠화 초대 행정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귀환 1백일을 맞아 홍콩이 변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원래 모습으로 회귀했다고 해야 옳다.

귀환 직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던 홍콩인들중 열이면 여덟은 홍콩의 미래에 낙관적이다.

둥젠화 (董建華) 장관의 동남아.미국 순방은 "내치 (內治) 는 끝났다.

이젠 밖을 보겠다" 는 선언에 다름 아니다.

귀환 1백일을 맞은 오늘의 홍콩은 자본주의의 만만찮은 생명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현대사적 증거일지도 모른다.

8일로 역사상 첫 일국양제 (一國兩制) 실험 1백일째를 맞은 홍콩특별행정구 (SAR) 초대 행정장관 둥젠화의 요즘은 한마디로 분주함 그 자체다.

지난 5월로 환갑을 맞은 董은 그 유명한 '핑터우 (平頭) 형' 의 짧은 머리카락이 흩날릴만큼 홍콩은 물론 세계 곳곳을 누비느라 정신이 없다.

중국속의 홍콩특구 새 살림이 시작된 첫달인 7월, 그는 맨먼저 홍콩인들의 마음 추스르기에 한달을 쏟았다.

홍콩인들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민정시찰을 강화했다.

완차이 (灣仔) 의 양로원에선 홍콩 발전이 현재 노인들의 땀의 결실임을 역설해 갈채를 받았고 청소년센터에선 10대들과 어울려 탁구를 치고 꼬마들의 인터뷰 공세에 응하는등 부드러운 통치자로서의 이미지 심기에 7월을 보냈다.

발로 뛰는 董장관의 이같은 노력으로 그는 정치가로의 발돋움에 성공했다.

민심잡기와 대외적으로 분주한 활동 덕분에 홍콩특별행정구의 1백일은 커다란 변화 없이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예전의 영화를 재현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먼저 홍콩인들의 장래에 대한 믿음은 주권회복 이전인 지난 4월 66.7%에 불과했으나 7월에는 77.5%, 9월에는 84.7%로 치솟았다.

홍콩 증시의 경우도 지난 8월말과 9월초에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등 잠시 불안정 국면을 맞이했으나 이달 들어 지난 3일 항셍지수가 1만5천대로 회복되는등 안정세로 들어섰다.

홍콩 증시의 등락은 중국계 자본인 레드칩과 H주식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 의 주가 변동으로 인해 일어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중국계 자본의 꾸준한 증가세에 힘입어 활황세를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홍콩사무에 간여하는 중국 중앙관리들과 홍콩특별행정구의 사이도 원만하다.

홍콩방위를 담당할 홍콩주둔군 사령관인 류전우 (劉鎭武) 장군을 필두로 외교업무를 관장할 특파원공서의 책임자인 마위전 (馬毓眞) 등은 董장관과 잇따른 회동을 갖고 이들이 방위와 외교에만 힘쓸뿐 홍콩사무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다시 천명했다.

이어 8월14일엔 신임 신화사 홍콩분사의 사장인 장관급 인사 장언주 (姜恩柱) 도 董을 예방했다.

8월30일 董장관은 멀리 중국 선전 (深수) 으로까지 원정을 나갔다.

새로 홍콩 - 마카오판공실 주임에 오른 랴오후이 (廖暉) 를 만나 홍콩에 대한 지원을 다짐받기 위해서다.

홍콩의 외교는 주권 회복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영국 총독이 지배하던 시절에 비해 홍콩을 알리고 외국의 장점을 배우려는 노력이 부쩍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董장관은 지난 9월3일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그는 마하티르 총리와 회견한데 이어 4일엔 말레이시아가 21세기에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야심적으로 추진하는 멀티미디어 통신회랑 (MSC) 을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두번째 행선지 싱가포르에선 5일 리콴유 (李光耀) 전총리를 만났다.

영어.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싱가포르의 교육제도와 주택정책등이 싱가포르에서의 그의 관심사였다.

머리를 식히는 의전상의 나들이가 아니었다.

그의 공격적 외교는 9월8일 시작된 미국 방문에서 더 부각됐다.

홍콩의 임시입법회에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 미국에 그는 용감히 뛰어들었다.

사실 그는 미국에서 달갑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하지만 국제전략연구소에서 가진 연설에서 그는 서방의 중국 위협론은 근거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때문에 그가 홍콩특구를 위해 온 것인지, 아니면 중국을 위해 방문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마저 들어야 했다.

홍콩반환 1백일인 8일 홍콩특별행정구 당국은 홍콩을 '자형 (紫荊) 꽃 정원' 으로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발표한다.

이날 발표되는 董장관의 시정연설은 교육.주택.노인복지등 3대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홍콩의 정치평론가 우캉민 (吳康民) 은 홍콩반환 1백일동안 단 두가지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첫째는 영국의 유니언 잭이 중국의 오성홍기 (五星紅旗) 로, 둘째는 패튼 총독이 둥젠화 행정장관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외형적인 변화 이외에 본질적인 변화는 없다는 말이다.

주권 회복 1백일을 맞아 특구의 살림을 꾸려가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초대 장관 둥젠화의 분주한 발길 속에서 일국양제의 실험이 차분히 진행되고 있다.

홍콩 = 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