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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산업 육성이 지구 환경 재앙 막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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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니콜라 윌로가 자신의 재단 건물 2층에 조성된 녹지공간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진배 특파원]

프랑스 일요신문인 주르날 뒤 디망슈(JDD)는 매년 ‘프랑스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50명을 공개한다. 축구 스타 지네딘 지단과 왕년의 테니스 스타이자 연예인 야니크 노아가 번갈아 1위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늘 니콜라 윌로(54)다. 그의 이런 인기는 벌써 십수년째다. 그는 운동선수도 연예인도 아닌 환경운동가인데 말이다. 물론 유럽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정치ㆍ사회적 영향력도 최고에 들어간다.

프랑스 사람에게 가장 사랑받고 존경받는 인물이라는데 누구도 특별히 이견을 달지 않는다. 그를 지난 주 파리 외곽 불로뉴 비앙쿠르에 있는 '니콜라 윌로 재단' 사무실서 만났다. 그는 아주 친절한 사람이었다. 건물 1층 로비까지 마중 나와 기자를 반가운 얼굴로 맞았다. 그와 악수를 하면서 “당신을 만나려고 한 1년 기다렸다”고 하자 절을 하듯 고개를 숙이며 “미안하다”를 연발했다. 인터뷰는 그의 사무실에서 한 시간동안 진행했다.

-당신은 십여년동안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이다. 비결이 뭔가.
“그들에게 물어보라(웃음). 한국도 그렇겠지만 프랑스도 상당수가 도시 생활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연이 뭔지 모르고 살아왔다. 자연은 곧 사람이다. 1987년부터 사람들에게 자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자연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소리쳤다. 이런 꾸준한 외침이 현대인들에게 삶에 대한 어떤 ‘대답’이 됐던 것 같다. 그리고 현재만 바라보던 사람들에게 미래라는 것을 알려주는 계기가 됐던 모양이다.”

-‘정치인’ 윌로에 대한 지지도도 상당히 높다. 2007년 대선 때도 사르코지 못지않은 지지율을 기록했는데 다음 선거에 나설 의향은 없나.
“당시 많은 사람들이 대선 출마를 요구했다. 나는 대선에 나가지 않는 대신 주자들에게 내가 제안한 환경 협약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봤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서명한 내용이 지금 실현되고 있는걸 보면 잘 한 일 같다. 다음 대선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보다 정확한 답은 그 때 가서 할 수 있을 것 같다."

-환경 협약은 어떤 내용이었으며 정책에 반영된 것은 뭔가.
"우선 환경 장관의 위상이다. 이전까지 단 한번도 환경장관이 내각의 수석이 된 일이 없었다. 나는 사르코지에게 무조건 환경장관을 수석으로 격상하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그는 받아들였다. (*사르코지는 최측근이자 실세 정치인인 장루이 보를루를 수석 장관이 된 환경 장관에 임명했다.)정부·시민단체·재계가 두루 참여하는 대규모 환경 회의를 만들어서 여기에서 논의된 사안을 법안으로 상정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온게 ‘환경 대회의’다. 이를 통해 200여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환경 오염에 대한 경고를 매일 접하지만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얼마나 심각한가.
“환경은 인간 생활 일체를 지배한다. 숨쉬고 물마시고 하는 것부터해서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 환경의 이상적인 순환 속에서 이뤄진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경의 질서가 무너지면 인간 생활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함께 무너진다. 이미 이상 징후가 나타난지 오래지만 인류가 이에 대한 관심을 너무 갖지 않았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는 문제다. "

-가장 시급한 건 뭔가.
“‘지금 당장’ 과 ‘매우 극단적인’ 이라는 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수십년간 망쳐놓은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 획기적인 응급 처치말이다. 환경 생태계 파괴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고 우리가 먹고 마시고 하는것과 관련된 문제도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 현재까지 각 국이 해왔던 규율과 법과 문화와 사고와 생활 방식 등 모든 것을 바꿔야한다."

-버락 오바마 새 미국 대통령은 환경에 대한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가 어떻게 하리라고 보는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 8년은 적어도 환경 문제에서만큼은 완전히 잃어버린 시간이다. 환경을 위한 시간을 잃었다는 것은 인간을 위한 시간을 잃은 것이다. 최대 오염물질 배출국인 미국이 나서지 않는 한 다른 나라만의 지구살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신흥 개발국가들 역시 미국을 가리키면서 환경 문제에 역행했다. 때문에 미국의 등돌리기는 지구를 완전히 망쳐놓았다. 그러나 오바마의 가장 큰 비전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구 온난화 극복이라고 알고 있다. 그의 등장은 그런점에서 인류사에 큰 전환이 될 것이다. 앨 고어(고어와 윌로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있다)와 오바마가 함께 (정부에서) 일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금융위기로 각 국 정부의 환경 정책이 뒷걸음질 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20세기와 21세기의 경제 개발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 앞으로는 어떤 산업에서든 친환경이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모든 산업에 녹색을 입혀야한다. 지금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친환경 정책을 유보한다는 것은 지극히 근시안적인 행정이다. 그런 나라는 그만큼 뒤쳐질 것이다. 과감하게 녹색 산업에 투자하고 전 분야의 체질 개선에 투자하는 것이 곧 경제의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산업을 보자. 지금 어렵다고 무공해 자동차 개발을 소홀히 하면 조만간 회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 받게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줄기차게 자동차 시장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까다롭게 할 것이다. 이번 경제 위기에서 환경문제를 등한시한 나라들은 반드시 제2의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

-중국 등 신흥개발국은 유럽의 지나친 이산화탄소 규제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세기 산업화 등으로 지구를 망쳐놓은 건 서양인데 이제와서 그들만 압박하는 건 모순 아닌가.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들의 주장은 틀린게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어떤 것도 지금 환경 대책을 거부하는 명분이 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과거 환경 오염에 대한 책임이 덜 할지 모르지만 지구가 손을 쓸 수 없이 황폐해진 뒤에 그들이라고 피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는 누구의 책임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모두가 동참해야만 극복이 가능하고 마땅히 그래야하는 주제다. 다만 서양 사회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마냥 압박만 가할게 아니라 배려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브라질의 아마존 유역 개발 등에는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선진국들이 더 많은 원조를 해야한다."

-일상 생활에서 할 수 있는 환경보호는 어떤게 있는가.
“한 2000가지는 있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이를 통해 똑똑하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게 중요하다. 모든 선택과 소비는 에너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자가용을 타고 나갈지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비닐 쇼핑백을 써야할지 장바구니를 이용해야할지, 차를 올 해 바꿀지 몇 년 더 탈지 등이다. 이런 수없이 많은 개인의 선택에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진다면 정부가 돈 쏟아부으면서 하는 환경 정책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2012년 한국의 여수에서 물을 주제로 한 친환경 박람회가 열린다. 참석할 의사는 없는가. 또 주요 행사 때마다 띄우는 캠페인용 범선을 띄우는데 그럴 의향은 없는가.
“한국은 아직 가보지 못했는데 여수 박람회는 흥미로운 주제인 것 같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확답은 못하지만 가보고 싶다. 범선도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아시아로 환경 투어를 떠나고 그 종착지인 한국에 도착해서 환경 박람회에 참여하게된다면 기쁜 일이 될 것 같다. (*윌로는 인터뷰를 마친 뒤 언론 담당자에게 “여수 박람회에 범선을 띄우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고 말했다)

파리=전진배<특파원allonsy@joongang.co.kr>

◆니콜라 윌로=니콜라 윌로의 고향은 프랑스 북부 공업 도시 릴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 샤를 드골 전 대통령과 동향이다. 그래선지 어떤 프랑스 사람들은 그를 ‘환경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그는 1970년대 사진 기자·라디오 진행자를 거쳐 87년 최대 방송사인 TF1의 ‘우슈아이아’라는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프랑스는 물론 세계 각 국의 자연을 찾아다니면 현장 취재를 하는 리포터였다. 수려한 자연 풍광과 이면에 담긴 스토리를 소개했고 인간의 개발로 훼손된 현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20년 넘게 이 프로그램을 진행해오면서 그는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환경 리더로 자리를 잡았다. 1990년부터는 우슈아이아 재단을 만들어 각종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다. 95년에 ‘니콜라 윌로 자연과 사람 재단’으로 이름을 바꿨다. 프랑스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대통령 선거가 열린 2007년 그는 각종 여론 조사에서 출마하겠다고 발표한 적도 없는데 1∼2위를 오르내렸다. 그는 불출마 선언을 한 뒤 환경 협약을 제안했다.

사르코지와 루아얄 등 주요 후보들이 줄줄이 그의 사무실을 찾아 그의 뜻을 따르겠다며 서명했다. 그 후 그의 신뢰도와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그는 JDD의 '사랑하는 인물' 조사에서 2007년과 2008년 나란히 3ㆍ4위에 올랐다. 운동선수나 연예인을 빼면 맨 윗 자리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44위,루아얄은 49위였다. 지난해 세상을 뜬 성자 에마뉘엘 수녀보다도 늘 윗 자리에 오를 정도로 그에 대한 프랑스 국민의 존경과 사랑은 각별하다. 우리나라에서도 ‘미래를 심는 사람’ 등 그의 저서가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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