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프로야구 결산]1.4강 막판까지 '안개속 순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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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팀당 1백26게임을 치르는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가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종착역에 다다랐다.

롯데.OB.현대는 올해도 예년과 같이 해태와 함께 4강으로 분류됐으나 도중하차했다.

그대신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삼성.쌍방울.LG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프로야구에 이변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상등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 프로야구의 묘미이기도 하다.

올 프로야구를 되돌아 보고 이변의 원인을 4회에 걸쳐 짚어본다.

75%의 반란. 97프로야구 정규리그는 최종마감을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에야 4강의 순위가 확정된 치열한 승부였다.

1위를 차지한 해태는 '올해도 강팀' 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2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해태는 이대진이 17승을 올리며 마운드를 이끌었고 마무리 임창용이 40세이브포인트나 올리는 철벽마운드를 구축했다.

여기에 '야구 천재' 이종범이 공수 양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 상승세를 주도했다.

2위 LG와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쌍방울.삼성의 약진은 전문가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반란이었다.

이들 세팀은 시즌 직전 전력상 OB.롯데.한화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들은 예상을 뒤엎고 시즌 초반부터 중.상위권을 줄곧 유지하며 강팀의 반열에 섰다.

투수진의 세대교체기를 맞은 LG는 손혁.전승남.임선동.최향남등 신진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로 마운드를 지켜줬고 타격에서는 신인 이병규가 맹타를 날리며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쌍방울과 4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룩한 삼성의 약진은 '스파르타식 훈련' 의 결실이었다.

쌍방울은 이의철 구단주의 신임을 듬뿍 받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한대화.김성래.김성현.강영수등 타구단 방출선수를 규합해 기적을 이뤄냈다.

또 투수출신인 김감독은 적시의 계투작전으로 허약한 마운드를 방어율 2위팀 (3.82) 으로 변모시켰다.

매년 '재목이 없다' 며 선수난을 탓하던 삼성도 맹장 백인천 감독의 강력한 지도력 아래 포스트시즌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최익성.신동주.정경배.김태균등 무명선수들이 잠재력을 발휘, 이승엽.양준혁과 조화를 이루며 막강타선을 구축했다.

삼성은 이들의 신들린듯한 타격으로 각종 신기록을 세웠다.

특히 정경배가 LG전에서 기록한 2연타석 만루홈런은 97프로야구의 최고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4강팀에는 공통점이 있다.

크게 부상한 선수가 없다는 것. 반면 OB.롯데등 강팀 후보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선수들의 부상이 많아 제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부상으로부터 선수를 보호하는 것이 4강진출의 지름길이라는 교훈을 남겼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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