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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영화 ‘노잉’ 주연 니컬러스 케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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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1995년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의 알코올 중독자 이후 다양한 얼굴을 선보여온 연기파 배우 니컬러스 케이지. ‘노잉’에서는 인류의 대재앙에 맞서 싸우는 천체물리학 교수로 다시 존재감을 과시한다. [마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니컬러스 케이지는 1000의 얼굴은 아니어도 100의 얼굴 정도는 지닌 배우다. 자살하려는 술주정뱅이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 괴팍한 역사학자 (‘내셔널 트레져’), 냉철한 FBI 요원 (‘더 록’) 등 어떤 역을 얼굴에 얹어도 자연스럽게 소화해 내는 만능 연기자가 그다. 20일 미국에서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노잉 (Knowing·사진)’ 또한 여러 얼굴을 지닌 영화다. 첨단 공상과학영화이면서 종교와 맞닿아 있는 종말론적 배경을 깔고 있다. 스펙터클한 영상이 인상적인 재난영화이면서도 부자(父子)간 사랑에 초점을 맞춘 가족영화의 애틋함도 담고 있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주연으로 적격이었을 게다. 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그를 만났다.

◆인류가 맞을 대재앙의 예언=케이지는 ‘노잉’을 “지극히 영적인 영화(spiritual movie)이며, 성서의 묵시록처럼 인류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다룬 작품”이라고 말했다. ‘노잉’은 대재앙이 일어날 것을 미리 알게 됨으로써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야기는 50년 전인 1959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미국의 한 초등학교에서 미래의 모습을 그린 그림을 타임캡슐에 넣어 50년 후 열어보게 했다. 이 안에서 놀랍게도 숫자만이 가득 쓰여 있는 종이가 발견된다. 우연히 이 종이를 손에 넣은 MIT 천체물리학 교수 존 코슬러(니컬러스 케이지)는 숫자의 비밀에 도전해 이것이 인류의 재앙을 예고해온 예언서임을 알아낸다. 더 놀라운 건 전 인류의 생존을 가를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내를 잃고 홀로 외아들을 키워온 코슬러는 어떻게든 자식을 살리려 필사적으로 뛰지만 세상은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노잉’은 비행기 추락과 지하철 충돌, 뉴욕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대재앙 장면 등 스펙터클한 영상이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는 영화다. ‘아이, 로봇’ ‘크로우’ ‘다크시티’ 등에서 강렬한 영상을 선보였던 호주 출신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솜씨답다.

◆영적인 세상을 향한 눈길=케이지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적인 요소의 귀중함을 거듭 강조했다. “요즘 같은 난세에는 사람들이 무엇이 중요한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종교적이고 영적인 방향으로 사고가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물질세계 밖에 존재하는 영적인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과학의 영역을 다루는 SF영화에 대한 애착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SF영화에 출연하면 관객들로부터 놀라울 정도의 뜨거운 반응을 접하게 된다”며 “이 분야는 너무나 풍요로운 상상의 땅”이라고 표현했다.‘영화의 메시지가 뭐냐’는 질문에 케이지는 관객 스스로가 판단할 일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는 “영화는 누군가를 설득하려 하면 안 된다”며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 개개인마다 뭔가가 떠오르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했다. 그는 또 “아버지 역을 연기하면서 실제로 두 아들을 뒀다는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노잉’은 영화 속 무대는 미국이지만 몇몇 장면을 빼고는 모두 호주에서 찍었다. 감독뿐 아니라 주연 여배우 로즈 번도 호주 출신이다. 번은 영화 ‘트로이’에서 아킬레스가 사랑했던 브리세이스로 출연했던 배우다. 프로야스 감독은 “제작비가 미국보다 싼 데다 현지 스태프와 호흡도 잘 맞아 촬영지를 호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케이지는 “번이 너무나 완벽하게 미국식 영어를 해 호주 출신이라는 걸 믿지 못할 정도”라며 웃었다. 국내 개봉 4월 16일.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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