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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大종목 주가전망 3개만 맞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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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주식 투자를 오래 해온 황모씨는 지난 4월 삼성전자 30주를 63만원에 샀다. 한 외국계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높이는 등 삼성전자 매수 추천이 쏟아진 무렵이었다.

그는 "대다수 증권사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아 믿었는데 두달 만에 3분의 2로 떨어졌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가가 빠지니까 슬그머니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 약세장에서 증권사 주가 전망이 크게 어긋나는 일이 잦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주가 보고서 불신 커져=리서치 정보 제공업체인 FN가이드가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증권사들이 제시한 목표주가와 지난 15일 종가 사이의 괴리율((목표주가-실제주가)/실제주가)은 평균 42.1%였다.

증권사들이 적정주가가 100원이라고 판단한 종목이 현재 70원 정도에 거래된다는 이야기다.

대우.LG투자.메리츠 등 증권사가 5000원대 목표주가를 제시한 팬택앤큐리텔은 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떨어졌다.

현대.굿모닝신한.한국투자 등 증권사가 2만7000~2만9000원으로 전망한 한진해운도 괴리율이 90%를 넘었다.

업종별로 지난달 '차이나 쇼크'의 직격탄을 맞고 주가가 큰폭으로 하락한 INI스틸.고려아연.동국제강 등 철강 업종의 괴리율이 컸다.

반면 목표주가가 현재 주가보다 낮은 종목은 롯데칠성.롯데제과.한미은행 세 종목뿐이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대부분 주가가 오를 것이란 '유망종목'으로 채워진 셈이다.

FN가이드의 고영진 팀장은 "매출액.순이익 같은 실적에 관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은 그다지 빗나가지 않았지만 외국인 증시 이탈로 생긴 수급 불균형 문제나 투자심리 위축과 같은 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증권사의 6월 추천주 선정도 헛다리 짚었다고 지적됐다. 지난달 말 대부분의 증권사는 이달 추천 업종으로 정보기술(IT)을 꼽았다. 중국 긴축과 미국 금리인상, 고유가 등 '트리플 악재'의 영향이 비교적 작은데다 하반기 실적이 꽤 좋아져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가고 있다.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IT주에 몰리면서 IT 종목이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범'으로 몰린 것. KOSPI IT지수는 이달 들어 11.1%나 떨어져 같은 기간 9% 내린 KOSPI지수보다 낙폭이 깊었다.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해야=증권사들의 장밋빛 전망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식을 사고팔아 수익을 올리는 증권사의 속성상 밝은 전망을 해야 손님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항의나 해당 기업의 반발 등으로 애널리스트들이 '매도'의견을 내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3663건의 분석 보고서 가운데 주식 매도 또는 보유 비중 축소 의견은 39건으로 1%에 그쳤다. 반면 매수 의견은 3분의 2(2295건)에 달했다.

VIP투자자문의 김민국 대표는 "목표 주가나 투자 의견을 그대로 믿는 것은 무모하다"면서 "종목 선정을 하고 매매 시점을 정하는 참고자료 정도로 활용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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