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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 합의 하루 만에 … 또 멱살잡이 한 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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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무위에선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이 문제가 됐다.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전체회의는 양측이 사모투자펀드(PEF)의 은행 지분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공전됐다. 한나라당 소속인 김영선 정무위원장은 전체회의를 강행하려 했으나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민주당 이성남·박선숙 의원의 지지를 받아 위원장 석을 점거하면서 무산됐다.


상황은 김 위원장이 다시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반전됐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석 옆에서 개회를 선언한 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정희 의원을 끌어내는 동안 위원장 석에 앉았다. 여야 의원들은 위원장 석을 겹겹이 에워싼 채 몸싸움을 계속했으나 김 위원장은 “법안에 이의 없습니까. 반대하는 사람 손 드세요”라고 말하며 은행법 개정안 등의 법안을 순식간에 처리했다. 출자총액제한 제도 폐지를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과 한국정책금융공사법안도 통과됐다. 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서 회의는 15분 만에 끝났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한도는 8%로 하기로 했었는데도 한나라당은 결국 자신들의 안으로 통과시켰다”며 “이렇게 날치기할 거면 국회나 야당이 왜 필요하냐”고 질타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시급한 경제법안을 무조건 표류시킬 수 없어 깊은 고민 끝에 한 표결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는 지난달 25일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문방위원장이 22개 미디어법을 직권상정한 것을 놓고 회의 시작부터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고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위원장석에 앉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끌어내리면서 멱살잡이와 막말이 오갔다. 이후 회의는 간신히 시작됐지만 이종걸 의원은 “고 위원장이 불법 날치기 시도에 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한다고 했지만 태도가 어정쩡하다”며 “위원장이 노년의 나이에 뭘 얻으려고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불법, 속임수에 의한 날치기 시도 등 인정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상임위가 자체적으로 (미디어법) 해결을 못 하고 여야 간 대표단 회의를 통해 (처리를 논의)했다는 데 자괴감을 느낀다”며 “그래 놓고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노인 폄훼 발언을 하느냐”고 따졌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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