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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리더십 당내 '난기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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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한나라당은 4.15 직후의 반성과 결의, 각오는 온데간데 없고 대표 한 사람의 대중적 인기에 목을 매는 꼴이 됐다."

한나라당 3선의원을 대표하는 이재오 의원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의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이 의원은 "야당은 건전한 비판그룹이 있어야 하는데 당내 인사들은 대표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면서 "당이 점점 식물인간화돼가고 비판도 토론도 없는 정당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근혜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총선 후 잠잠했던 비주류 진영의 비판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여당은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데 야당은 긴급 의원총회 한번 열지 않고 대변인의 입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의 우군그룹인 소장개혁파 의원들도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수요공부모임 소속 소장 개혁파 의원들은 박 대표가 이한구 의원을 정책위의장 겸 여의도연구소장에 내정한 것을 계기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희룡 의원은 "고통이 따르더라도 집권전략에 맞춰 최고의 정책브레인본부를 구성해야 할 연구소를 과거식으로 운영하려 하는 건 우려스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장 임명은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당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느냐의 시금석"이라며 "박 대표의 결정이 무조건 옳다는 식으로 당이 운영되는 건 문제"라고 했다. 이에 따라 수요공부모임 소속 의원들은 다음주 중 합숙토론회를 하며 당의 현주소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 의원은 모임 결과에 따라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주류와 비주류 진영에서 동시에 이런 불만을 드러내는 것은 박 대표 체제가 내건 변화와 개혁이 최근 들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총선 직후 재창당과 당명 개정을 둘러싸고 활발했던 토론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재오 의원은 "몇몇 사람이 당을 소영웅주의로 이끌어가는 동안 국회의원들이 연구모임이나 개인 활동에 치중하고, 당 이름이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당은 그때부터 형해화한다"고 경고했다. 이 의원은 "대의원들이 뽑는 최고위원을 대표가 임명하는 상임위원들과 동격으로 취급하는 요식적인 최고위원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면서 전당대회 경선 불출마 의사도 밝혔다.

이상기류를 감지한 박 대표 등 지도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장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정책의원총회) 두 차례의 의원총회를 정례화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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