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추락 참사]KAL機 잔해 대만 기업에서 27억에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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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괌 추락 대한항공 801편 기체 잔해가 사고 이후 한달이 채 안돼 대만에 27억원에 팔려나가게 됐다.

괌 하몬지구에 위치한 한국계 고철처리업체 동양스틸의 작업장엔 높이 3m, 길이 10m 가량의 비행기 잔해 1백70여t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전선 뭉치를 드러낸채 불에 그을린 볼썽사나운 엔진 4개와 거대한 바퀴등이 잔해의 가장 큰 뭉치였으나 깨진 틈 사이로 상표가 선명히 찍혀있는 흙 묻은 흰색 셔츠가 보이고 타다 남은 항공기용 담요등 희생자들의 흔적이 남아 있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참사 직후 기체잔해의 소유자 로이드 보험사는 현지 건설업체인 블랙 컨스트럭션과 계약, 폐기를 결정했고 블랙사 (社) 는 다시 동양스틸에 처리를 의뢰했다.

동양스틸측은 지난달 12일 니미츠힐로부터 야적장까지 운반을 시작, 22일에 모두 끝낸 상태. 운반작업이 끝나자마자 일본.대만등의 고철업자들이 서로 인수하겠다고 달려들어 파는 측이 놀랐을 정도. 항공기 표면 주원료인 슈퍼두랄루민과 티타늄등 비싼 금속이 함유된 엔진등은 경제성이 있을뿐만 아니라 연구재료로서도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약한 대만계 기업은 동양스틸측에 "프레스로 압축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달라. 어려우면 엔진만이라도 그냥 달라" 며 t당 1천7백달러로 모두 30만달러 (한화 약27억원 상당) 를 제시해놓고 있다.

압축하지 말라는 주문은 연구목적에 쓰일 것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동양스틸측은 "고철이 t당 1백46달러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해보면 기체 잔해가 엄청나게 비싼 값이지만 연구대상으로 항공기 엔진이 개당 1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것과 비교하면 헐값"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참사후 한달도 되기전 기체 잔해가 외국에 팔려나가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있다.

동양스틸의 이소부 (李昭夫) 사장은 "외국에 사고기 잔해를 파는 것이 마음에 걸려 대한항공측에 여러차례 의사를 타진했지만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사고현장의 흙마저 담아가는 유족들을 위해 기체를 한국으로 가져가는 방안이 검토됐으면 한다" 고 말했다.

괌〓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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