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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녹조·적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나라에 큰 변이 일어날 때는 이상한 자연현상이 먼저 보인다는 민담 (民譚) 은 어릴 적에 재미있게 들은 옛날이야기중 하나다.

벌레떼가 많이 생긴다든가 돌 미륵에서 눈물이 흐른다든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인간과 자연의 알 수 없는 교감을 어렴풋이 느낀 경험은 누구나 다 갖고 있다.

그러나 요즘 호수와 강물이 푸른 색으로 변하고 연안 바다는 붉은 색으로 뒤덮이는 광경을 보며 이런 느낌을 되살리려는 사람은 몽매한 사람으로 취급될 것이다.

녹조 (綠藻) 는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인 더운 날씨가 7일 이상 계속될때 수중의 말 또는 물이끼라고 흔히 부르는 남조 (藍藻) 식물이 번식함으로써 생기는 현상이다.

남조류는 수질오염에서 생긴 질소와 인 (燐) 을 영양분으로 삼는다.

날씨가 더우면 이들 영양분이 급속히 부패하기 때문에 남조류의 왕성한 번식에 큰 도움이 되고, 결국 물은 푸르게 변한다.

녹조가 번식하면 수층 (水層) 이 무산소 상태가 돼버려 물고기가 죽고 물에서 냄새가 난다.

이미 소양호.팔당호.대청호등 대부분의 수원지가 이런 고통을 앓고 있다.

올해 유난히 녹조현상을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무더위가 길고, 또 수질오염이 극심하다는 증거가 된다.

적조 (赤潮) 현상은 바닷물 온도가 급상승함에 따라 동물성 플랑크톤이 이상증식했다가 일시에 사멸할때 생긴다.

플랑크톤의 이상증식은 용존 (溶存) 산소의 부족을 가져오고, 따라서 어패류의 폐사를 가져온다.

오염된 바닷물일수록 산소 결핍이 심하기 때문에 적조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미 진해만 (鎭海灣) 뿐이 아니고 전국의 만이나 내해가 모두 적조의 공격을 받고 있다.

양식장 피해만도 1년에 수백억원에 이른다.

녹조나 적조를 없애려는 여러가지 과학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의 연안 어민들처럼 황토를 뿌린다든가, 일본의 수산청처럼 해로운 플랑크톤만 죽이는 바이러스를 연구해내는 작업이 모두 그런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현상으로 담수나 바닷물이나 수온은 올라가게 돼 있다.

그러니 물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 손쉬운 처방일텐데, 제일 손쉬운 것이 제일 어렵게 들리는 것은 어쩐 이유일까. 당분간 어릴 적의 괴이 (怪異) 현상에 대한 공포를 더 간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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