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덕진공원·무안 회산방죽 제철맞아 연꽃 만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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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연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세상살이가 어려워진 탓일까. 유난히도 기승을 부리던 무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 문턱에 들어서면서 환한 미소를 보내는 연꽃이 더없이 다정하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 내는 불심 (佛心) 의 화신처럼. 사진작가인 이병윤 (41.경기도광명시) 씨는 틈나는대로 연을 찾는다.

"낮은 곳에서 자라고 구정물속에서도 고고함을 잃지않는 연을 보면 '내탓이요' 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1천6백년전 불교와 함께 이 땅에 발을 내디딘 연. 물위 1가량 고개를 쳐든 백련과 홍련, 잠자듯이 물에 떠있는 수련들은 저마다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백발의 박찬택 (67.공주시유구읍추계리) 씨는 매일 초가앞 연못의 수련을 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해뜨는 아침에 봉오리를 펴 빨간 꽃잎을 펼쳐놓는 것은 생명의 탄생이죠. 저녁때 조용히 봉오리를 닫고 물에 잠긴 모습을 보면 어차피 마감할 인생인데 욕심 버리고 살자는 생각이 들어요. " 이기영 (34.경남하동군화개면운수리) 씨는 최근 백련의 향을 담은 차의 대중화에 매달리고 있다.

"백련차는 헛소리하는 사람의 자물쇠로 제격입니다.

향이 빠져나가는 게 아까워 입을 다무니까요. 차를 마신후에도 연향이 입안에 남아 어떤 사람들은 끝없는 사랑을 베풀던 어머니가 생각난다고도 해요. " 혜민스님 (인취사.충남아산시) 은 연을 직접 키우고 올초 사찰에 연지 (蓮池) 를 만든 '연박사' .스님에 따르면 물풀에 속한 연은 같은 곳이라도 일조량.연못의 크기.거름량등에 따라 꽃이 다르다.

연못이 깊고 넓을수록 꽃이 오래 피며 빽빽한 곳일수록 꽃이 빨리 진다.

국내에서는 홍련.수련이 많고 연꽃공양의 으뜸으로 치는 백련은 드물다.

황련.청련은 태국등 외국에서나 볼 수 있고 강화에 있었다는 흑련은 존재하지 않는다.

생태학자인 김태정박사는 "연의 분포상태나 개화시기등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고 아쉬워한다.

대표적인 연지는 덕진공원 (3만여평.전북전주시) 과 회산방죽 (10만여평.전남무안군) 등. 서울및 인근에도 보라매공원과 창덕궁 (서울).호수공원 (일산).양수리 (양평) 등 물과 햇빛이 있는 곳이면 연이 자란다.

대구.진주는 밭에서 식용으로 연을 키운다.

연은 조용히 몇시간동안 관찰해야 은은한 향이 다가오고 환경에 따라 여러가지 몸짓을 한다는 것을 알수 있다.

이런 까닭에 연애호가들은 주변을 어지럽히는 뜨내기들에게 자신이 아는 장소를 알려주는데 인색하다.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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