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걱정보다 체질강화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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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금융종합대책을 내놓았으나 시장의 반응은 별로 신통치 않다.

특히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이 급등, 다시 말해 원화가치가 급락해 이 추세대로라면 달러당 원화환율이 1천원시대로 진입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미 싱가포르 선물시장에서는 1년물 선물환시세가 달러당 1천원을 넘어섰다.

외국에서는 내년중 평균환율이 1천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가하면 외국의 환율전문가는 벌써부터 소로스와 같은 헤지펀드에 의해 원화가 환투기의 공격대상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환율이 오르게 되면 수출에 도움이 되고 수입이 억제돼 무역수지개선에 도움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정유나 항공기산업 등의 환차손 (換差損) 이 만만치 않고 수입물가상승의 부작용도 걱정해야 한다.

이번 환율의 급등 이면에는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간에 서로 사인이 안맞아 시장에 엉뚱한 시그널이 나갔다는 후문이 있다.

좀더 매끄러운 정책운영의 테크닉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다만 하루하루의 환율등락을 갖고 비상이니, 위기니 하고 떠들 일은 아니다.

우선 달러에 대한 다른 나라의 통화와 원화의 평가절하율을 비교해 보면 우리의 경우 결코 급격하게 조정이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일본 엔화는 올해 8월6일을 기준으로 지난 1년전보다 10.1% 절하됐지만 원화는 9.8%였다.

특히 올해 6월25일부터 8월6일까지 엔화는 4.3%가 절하됐지만 원화는 0.6%밖에 영향이 없었다.

프랑화는 1년전에 비해 25.1%, 이탈리아의 리라화는 20.8%나 절하됐다.

여기서 우리가 배워야 할 메시지는 환율등락 그 자체를 놓고 일희일비 (一喜一悲) 하지 말고 경제의 기본체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리하게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시장의 수급에 맡겨야 한다.

이는 외환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구조조정과 금융시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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