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추락 참사]괌교민 김화영씨 장례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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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잘가게, 잘가…. "

사랑하는 아내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김태랑 (金太郎.59.건축업) 씨의 손길은 아내의 시신이 담긴 관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대한항공 801편 탑승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교민 김화영 (49.여) 씨의 장례식이 열린 18일 오후 괌 남동쪽 메모리얼가든 공동묘지는 하늘도 슬퍼하는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이제 우리가 사랑했고 우리 모두를 사랑했던 金집사님과 헤어질 시간입니다."

金씨 부부가 집사로 있던 괌 제일장로교회 이기백목사가 기도를 마친 뒤 고인과의 이별을 고하자 딸 유리 (27).아들 용세 (25) 씨는 복받치는 슬픔을 더이상 참아내지 못하고 오열했다.

장미 송이가 헌화된 짙은 갈색 목관은 비를 막기 위해 쳐놓은 천막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떨군 눈물방울로 얼룩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괌 제일장로교회에서 열린 金씨의 영결식엔 칼 구티에레스 괌 주지사와 안토니오 운핑코 괌 국회의장을 비롯한 현지 관계자와 온중렬 재괌총영사.조양호 (趙亮鎬) 대한항공사장및 교민등 7백여명이 참석, 슬픔을 함께 했다.

구티에레스 주지사는 "金씨부부는 한인 교민사회는 물론 괌 지역사회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마치 나의 가족을 잃은 것같은 아픔을 느낀다" 며 슬픔을 표현했다.

올해로 이민생활 23년째로 각각 한인회장및 부인회장을 맡기도 했던 金씨부부는 괌과 한국의 불우청소년을 위한 장학사업을 펼쳐 괌 현지인들과 교민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특히 숨진 金씨는 괌의 지체부자유자.미혼모등에 대한 활발한 자선사업을 펼친 공로로 괌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기도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로스쿨에 다니고 있는 아들 용세씨는 어머니와 함께 서울을 방문했다 대한항공보다 1시간 늦은 콘티넨털항공편으로 괌에 도착, 화를 면했다.

장녀 유리씨는 펜실베이니아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 외무부 시험에 합격해 지난 1일 중국 베이징 (北京) 주재 미영사로 부임했다 비보를 듣고 달려왔다.

이날 장례식엔 교민들 외에도 많은 괌 현지인들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어머니를 잃은 이들 자녀를 위로해 고인의 행적을 짐작케 했다.

온 섬 전체가 울어버린 장례식이었다.

괌 =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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