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KAL기, 조종사-기체 모두 '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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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한항공 여객기의 추락원인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사고비행기 운항을 담당했던 조종사와 기체 모두가 과도한 운항으로 혹사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사고원인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또 이번 사고기는 지난 6월 엔진고장으로 도중에 회항했던 사실도 새로 드러나는 등 기체와 조종사 모두 '정상' 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사고기를 조종한 박용철 (朴鏞喆.44) 기장은 사고 직전 4일간 계속된 운항으로 피로가 누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항공의 승무원 운항기록에 따르면 朴기장은 2일 서울~제주를 왕복 운항한데 이어 3일과 4일에는 서울~홍콩을 다녀왔고 곧이어 5일 괌으로 비행기를 몰던 중 사고를 당했다.

2일부터 5일까지 나흘 동안 朴기장의 운항시간은 총 17시간으로 여름휴가철을 맞아 쉴 새 없이 조종간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朴기장은 이에 앞서 휴가철이 시작된 지난달 4일부터 7일까지 서울~괌.서울~로스앤젤레스 (LA).LA~앵커리지등을 오가며 7월 한달간 16편의 정규및 특별기 기장을 맡아 왔다.

한편 기체의 '피로' 는 이보다 훨씬 더해 사고기는 사고 당일 서울~제주를 왕복 운항한 뒤 채 한시간도 안돼 괌으로 출발했다가 사고를 냈다.

운항일지에 따르면 이 비행기는 5일 오후4시14분 서울을 출발해 오후5시26분 제주에 갔다가 40분뒤 제주를 출발해 오후7시27분 서울로 되돌아왔다.

이어 55분만인 오후8시22분 기장과 승무원을 교체한 뒤 괌으로 가던 중이었다.

사고기는 사고 전날인 4일에도 서울~제주를 2회 왕복하고 서울~앵커리지를 1회 왕복했다.

항공사측은 규정대로 점검했으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쉴 새 없이 투입되는 항공기가 짧은 휴식시간중 제대로 점검됐을지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밖에 사고기는 지난 6월11일 오전10시55분 김포를 출발해 모스크바로 운항하던 도중 기체에서 이상이 발견돼 되돌아온 사실도 밝혀졌다.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비행기가 몽골 상공을 지날 무렵 대기승무원들이 있는 2층에 연기가 가득 차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기체가 땅밑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측은 "김포로 회항한 후 점검해 보니 기름량을 나타내는 유류 계측기와 엔진에 이상이 생겼기에 엔진을 교체한 뒤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으로 밝혀져 정상 운행했다" 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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