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아이들을 산촌으로 … 폐교 위기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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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4일 홍천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구룡령 아래 마을인 양양군 서면 공수전리 산촌유학센터 앞 마당. 이날은 철딱서니학교 양양 산촌유학센터가 문을 여는 날. 센터는 서울과 경기도 등에서 공수전분교로 전학하는 학생 21명이 머물게 될 집이다. 센터 개소식에는 산촌 유학생과 학부모, 마을 주민 등 100여명이 모였다. 이진호 양양군수와 최헌교 속초양양교육장 등 지역 인사도 참석해 유학생을 환영했다.

공수전리로 주소를 옮기고 공수전분교로 전학할 어린이와 학무모, 마을 주민이 함께 기념 촬영했다.


학생수 감소로 폐교로 치닫던 양양 상평초교 공수전분교가 도시 유학생들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노인이 많아 조용하기만 하던 마을이 아이들이 늘면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까지 재학생이 11명이던 공수전분교는 올해 5명이 졸업, 6명으로 줄었다. 이런 상태로 2~3년이 지나면 자연스레 폐교될 처지에 몰렸다. 작은 학교 살리기에 관심이 있는 이 학교 교사 김동수(44)씨와 마을 주민들은 폐교를 막을 방안을 모색했다. 2007년 대안학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김 교사는 이 같은 사정을 지난해 10월 인터넷에 올렸다. 2007년부터 양구에서 철딱서니학교를 운영하고 있던 도농문화교육연구소가 관심을 보였다.

김 교사와 마을 주민은 양구를 방문해 철딱서니학교 상황을 점검하고 공수전리에 이를 유치하기로 했다. 시설확장을 고민하던 연구소도 학교를 옮기기로 했다. 인구 늘리기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양양군은 방 6개, 식당 등으로 꾸민 센터 리모델링비 3000만원을 지원했다. 유학생과 학교 관계자, 학부모 일부가 이곳으로 주소를 옮겨 30명 가까이 인구가 늘었다.

공수전분교로 전학한 철딱서니학교 학생들은 이곳 학생과 더불어 수업과 방과후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이외 봄에는 모내기하고, 여름에 풀 뽑고, 가을에 수확하는 농사체험을 비롯해 지역축제 참가 등 다양한 산촌유학 생활을 하게 된다.

학교도 이들을 위해 기존의 리코더와 클래식 기타 배우기 이외에 영어, 합창, 독서, 기천무 등 다양한 방과후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박솔애(6년)양은 “현재 3명뿐이던 친구가 세 명 더 생겨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하는 등 기존 공수전분교 학생들도 기대가 크다.

지난해 양구에서 추수체험을 한 후 아들 창훈(11)이가 가겠다고 해 이 학교에 보냈다는 윤태욱(37·경기도 군포)씨는 “학원을 전전해야 했던 창훈이가 자연을 벗 삼아 부담 없이 지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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