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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경영일기>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중국요리는 참으로 다양한 메뉴를 프라이팬 하나로 요리해 낸다.

경영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단순경영의 극치이다.

사업에는 어떤 메뉴를 선택하고 집중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메뉴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이다.

아무리 좋은 메뉴라 하더라도 낭비가 많은 방식으로 요리하거나 요리사의 정성과 종업원의 친절이 담겨있지 않으면 고객에게는 비싸고 맛없고 기분 나쁜 식사로 기억될 것이다.

경영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이치때문이다.

요즈음 주위의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는 대우의 세계경영에는 기존의 경영방식과는 다른 차원의 과제들이 많다.

이러한 새로운 과제들은 근본적인 경영 패러다임의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 일하는 모든 임직원들은 '세계인' 이라는 넓은 시야를 갖고 자신의 역할을 전면적으로 재규정해야 한다.

우물안 개구리처럼 자기만을 고집하다간 세계경영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해외사업장에는 한국에서 지원해주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러한 지원업무를 해당 부서에서 자신의 고유업무가 아니라고 기피하거나 소홀히 한다면 세계경영이 원활히 돌아갈 리 없다.

또한 해외사업장의 운영도 한국 중심적인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역사와 문화도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르고 영어도 통하지 않는 나라들이 많다.

이러한 곳에서 한국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강요해서는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해외사업장들은 기본적으로 그나라에 맞게 운영돼야 한다.

하지만 공통점도 많다.

대우자동차가 진출해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우리처럼 지난날 이념적.민족적 수난을 겪었던 나라들이다.

정서적으로 서로간에 깊은 애정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경제적으로는 뒤쳐진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같은 입장에서 도움을 주고받는다면 서로 훨씬 더 발전해 나갈 수 있다.

아 울러 나에게는 해외에서의 경영이 다른 환경속에서 많은 차이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근본은 동일하다는 믿음이 있다.

주는 것이 있으면 오는 것이 있는 법이며 살을 맞대고 부비다 보면 정이 들기 마련이고, 칭찬하면 좋아하고 야단치면 기분 나쁜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의 성공적인 경영혁신의 경험들을 현지에 맞게 적용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우리 대우가 밖으로 나간 역사적 의미를 생각해 본다.

인도의 경우를 보자. 인도의 수천년간에 걸친 역사를 살펴보면 번갈아 가며 성격이 완전히 다른 지배자들이 몇차례 교체되었음을 알 수 있다.

3천5백년전에는 아리안들이 원주민들을 지배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 윤회라는 숙명사상을 철저하게 주입했고 이것은 카스트 제도로 깊이 뿌리박혔다.

잠시동안이기는 하지만 알렉산더도 다녀갔다.

이슬람 세력들도 맹위를 떨친 적이 있고 징기스칸의 후예들도 휩쓸고 지나갔다.

산업혁명으로 인해 물질적인 측면에서 동양을 능가하게된 영국도 인도를 자신의 식민지로 삼았다.

이 모든 세력들이 다 물러가고 난 이후 20세기말에 우리 대우가 인도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우리 대우는 이전의 세력들과는 명백한 차이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인도인들의 뜻에 반해 억지로 우리의 터전을 마련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들의 요구와 필요에 부응하면서 사업을 벌여나가고 있다.

우리는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인 도요타자동차가 포기한 공장을 우리민족 특유의 강한 진취성과 돌파력으로 활기가 넘치는 공장으로 바꾸어 나가고 있다.

오래전에 인도인 달마는 중국에 새로운 사상적 지평을 열어주었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 무엇이냐는 화두까지 생길 정도가 되었다.

이제 화두가 가는 방향은 완전히 반대로 되었다.

대우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무엇인가? 김태구 대우자동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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