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3.43% … 5년 만에 상승세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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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용카드를 쓰고 제때 결제 대금을 내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카드 연체가 늘어난 것은 ‘카드 대란’ 이후 5년 만의 일이다. 경기 침체의 악영향이 서민 가계의 문턱을 넘어선 것이다. 카드사 경영도 어려워지고 있다. 불량 고객은 늘었는데 소비가 줄면서 카드 사용이 주춤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비씨·롯데)의 지난해 말 연체율이 3.43%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말보다 0.15%포인트 높아졌다. 분기 연체율이 직전 분기보다 높아진 것은 2003년 카드 사태 이후 처음이다. 은행계 카드 연체율도 2007년 말 1.39%에서 지난해 말 1.88%로 상승했다. 연체율은 한 달 이상 연체된 것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2003년 카드 연체로 인한 ‘가계 파산’을 겪어 봤기 때문에 금융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인해 2003년 연체율은 28.3%까지 치솟았다. 신용불량자 회생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신용 관리도 강화하면서 연체율은 2005년 10% 수준으로 낮아졌고, 2007년 3.79%로 떨어졌다. 김영기 금감원 여신전문총괄팀장은 “경기 침체로 소득과 자산이 줄면서 카드 연체율도 높아졌다”며 “카드 연체율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카드사들이 지난해부터 위험에 대비해 자체 비상자금(대손충당금)을 늘렸고, 연체율의 절대적인 수준은 높지 않기 때문에 당장 과거 같은 ‘카드 대란’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체율 상승과 함께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둔화된 것도 카드사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월 카드 사용액은 24조6390억원으로, 지난해 1월에 비해 3.9%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4년 6월 이후 가장 작은 폭의 상승률이다. 성큼성큼 늘던 카드 사용액이 이렇게 주춤해진 것은 지난해 10월 이후 넉 달째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가입자들의 카드 사용 한도를 재조정하고, 연체 고객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출도 큰 폭으로 줄였다.

삼성카드의 현금서비스·카드론·일반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4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신한카드도 같은 기간 대출을 2000억원 줄였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체율 상승과 카드 사용액 증가율 둔화는 가계 부실이 시작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며 “가계 파산에 대비해 서둘러 가계 부채 조정이나 신용불량자 회생 프로그램 같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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