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덕의 13억 경제학] “나의 누이를 욕하지 마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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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이미 고지한 대로 이 달 '13억 경제학' 오프라인 모임이 12일 열립니다. 주제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입니다. 승병근 윈윈차이나 사장을 초대합니다. 그는 내수시장 진출방안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크린랩 신화'를 일군 당사자이기도 합니다. '중국 내수시장 전략의 달인'이라고 해야겠습니다. 그를 통해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해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막연한 중국시장이 아닌 현실적인 시장 상황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애매한 말보다는 구체적인 진출 방법을 제시합니다.

주제 : "중국 내수시장, 송곳처럼 파고들어라"
강사 : 승병근 윈윈차이나 사장
시간 : 2009. 2. 12.(목요일) 오후 6시 30분.
장소 : 신청자에 한 해 2월10일 오전 통보
신청 : 이메일 신청 woodyhan@naver.com
성명, 핸드폰번호, 하시는 일 등을 위 이메일로 보내주십시요.
참가비 : 20,000원(강의료, 강연장 임대, 간단한 석식)
* 학생은 무료.

회를 거듭할 수록 오프라인 모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실망키지지 않도록 내실있게 꾸미겠습니다. 이번에도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누구나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

'13억 경제학' 블로그는 언제나 실사구시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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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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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대학에서 경제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중국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설 명절 잘 보냈냐는 안부로 시작됐지만 아래로 흐를 수록 내용이 무거워 졌습니다. 무엇인가 작심하고 보낸 편지였습니다.

메일은 개인 얘기로 시작됩니다.

"내가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세 살 턱 누나 덕이다. 누나는 90년대 다니던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광둥성 둥관(東莞)의 한 완구공장으로 일하러 갔다. 뜨거운 여름에는 선풍기조차 없는 공장에서 재봉틀을 돌려야 했다. 일감이 많은 날에는 눈을 부벼가며 밤 샘 작업을 해야 했다. 그래서 받은 돈이 한 달 약 600위안(당시 환율 약 10만원). 누나는 동생 대학보내야 한다며 그 중 500위안 정도를 집에 붙였다. 그 돈이 있었기에 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누나에게 청춘은 없었다"

그는 상하이에서 대학을 마치고, 경제학 박사까지 땄습니다. 박사과정 공부하면서 저와 만났지요. 학위 수여식에서 '앞으로 뭐할 거니?'라고 물으니 '배웠으니 고향 양저우로 돌아가야지요'라고 대답하더군요. 중국을 갈 때마다 꼭 그에게 전화하고, 안부를 묻습니다.

그의 얘기는 계속됩니다.

"어찌 나만의 얘기이겠는가. 중국의 수 많은 '누나'들은 '동생'을 위해 그렇게 희생해야 했다. 그들이 만든 저가 제품은 미국 월마트 매장으로 팔려나갔고, 덕택에 미국인들은 싼 값에 쇼핑을 즐길 수 있었다. 누가나 만든 완구는 미국 달러를 벌어들였다. 중-미 무역 규모가 커질 수록 미국의 무역적자는 커져만 갔다. 미국 경제에는 위험신호였다. 그럼에도 미국이들은 소비를 줄일 생각은 않았다. 오히려 외국에서 돈을 꿔 펑펑 썼다. 중국은 그런 미국인들에게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빌려줬다. 미국 국채를 산 것이다"

친구는 세계 경제위기를 놓고 벌어지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을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2000년대 이후 줄곧 형성된 양국간 무역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인의 소비광풍 때문이라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2001년 830억달러 수준이던 미국의 대(對)중국 무역적자액은 2005년 2000억달러를 돌파하더니, 작년에는 약 2700억달러에 달했습니다(미국통계).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늘어나자 위안화를 평가절상하라고 집요하게 압력을 가해왔지요.(아래 사진은 광둥의 한 가전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누나'들. 사진 내용과는 특정 관련이 없습니다)

친구의 이메일은 더욱 격해지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언론과 학계, 정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세계 금융위기의 '중국 책임론'을 겨냥하고 있었지요.

"미국은 지금 땀흘려 일한 나의 누나를 욕하고 있다. 그들은 중국인들이 일만 했지 쓰지는 않았다고 질책하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미국인들은 자신의 풍족한 소비가 중국 쩌장성 여공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던 것 임을 왜 모르고 있는가. 미국인들은 도대체 절제라는 것을 모르는 족속들이다. 당연히 먼저 소비를 줄이고, 금리를 높였어야 했다. 돈이 많으니 부동산 값이 폭등했고, 돈 장난으로 희귀한 금융상품을 만들더니 결국은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그런 그들인 어찌 우리 누나를 욕할 수있다는 말인가. 위안화 평가절상하라고 압박하기 전에 소비를 줄여야 했고, 중국인에게 소비를 늘리라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저축을 늘려야 했다. 그게 순서다. 왜 미국인들은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덮어 씌우려는 것인가?"

올해들어 미국에서는 '중국책임론'이 많이 거론됐습니다. 뉴욕타임스에서 문제를 제기하더니, 폴슨 전 재무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했습니다. 중국에게도 경제위기의 책임이 있다는 게 그들의 주장입니다. 중국의 지나친 저축이 국제 불균형을 낳은 한 요인이라는 것이지요.

"10년 전 미국은 유고대사관을 폭격했다. 폭격으로 중국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오폭'이라고 했다. 그러나 중국인 누구도 이를 오폭이라고 믿지 않는다. 2년 뒤에는 하이난다오(海南島)부근 중국 영공에 미국 정찰기가 침입해 왔고,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중국 전투기가 추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참았다. 왜냐? 경제가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덩샤오핑의 뜻이기도 하다."

덩샤오핑은 외교정책과 관련해 패권을 추구하지 말고, 함부로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오로지 경제건설에만 힘쓰라는 주문이었지요. 타오광양회(韜光養晦)가 바로 그 말입니다.

그의 메일은 이제 맺음 글로 이어집니다.

"중국은 참는다. 미국과 직접 부딛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덩샤오핑의 말대로 100년동안 흔들리지 말고 경제건설을 챙길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 건국 100년이면 2049년이다. 시간은 중국의 편이다. 먼 관점에서 보면 지금의 위기는 작은 고비일 뿐이다. 이 위기는 시간 상의 문제일 뿐 언젠가 끝날 것이다. 경제위기는 언제나 '권력 이동(Power Shift)'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위기이후의 세계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중국은 '미국(수출)'에 의존해서 경제를 부추겨왔던 시대를 끝내려고 하고 있다. 농촌을 개발하고, 도시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으로 내수를 확대하고 있다. 그렇게 중국은 2049년을 기다리고 있다"

친구의 메일은 다분히 사적인 글이었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용어가 많이 튀어 나왔습니다.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이기에 다분이 감정적이었지요. 어쨌든 그의 시각은 요즘 중국 식자 층에서 일고 있는 '미국 때리기'와 같은 분위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친구는 메일을 끝내며 안부의 말을 빠뜨리지 않습니다.

" 萬事如意, 心想事成 ! "

우디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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