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책추진의 '임기말'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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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부가 강도높게 추진하는 각종 규제개혁조치와 외국인고용허가제 등이 부처간 이견과 이익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후퇴하고 있다.한보의 새 주인찾기나 우성인수와 같은 당면 현안은 해결안된채 표류하는 상태다.

정부가 아무리 강변해도 임기말이 되면 불가피하게 정부정책의 권위가 없어지게 마련이다.따라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차분히 남은 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순리다.그러나 일단 추진을 결심한 정책은 임기말이라도 흔들리지 않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정부정책이 자주 좌초하면 정책이 갖는 시그널기능의 혼선만 가중되기 때문에 임기말이라도 정부가 버티고 있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금융개혁과제만 해도 그렇다.당장 필요한 금융산업의 진입퇴출의 자유화나 업무영역의 벽을 허무는 것이나 은행의 경영주체확립과 같은 현안을 먼저 해결하는 것이 순서였다.그래야 제2의 한보사태를 막고 98년 개방에 대비해 국내개방을 통한 경쟁력배양에 힘쓸 기회가 생긴다.그럼에도 아직 완전히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중앙은행과 금융감독문제가 끼어들어 언제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될지 오리무중이다.

경제규제개혁작업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관련단체의 로비가 극성일뿐만 아니라 규제철폐를 반대하는 실력행사로 작업 자체를 무효화시키는 일이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이 때문에 지금 정부의 위신이 말이 아니다.특히 임기말에 정부를 겁안내는 이익단체를 비호하는 주무부처의 봐주기는 심각한 수준에 와있다.임기말의 정부라도 정부는 정부여야 한다.엄벙덤벙 새로 일을 벌여서는 안되지만 한번 마음먹고 결정한 정책은 퇴임 하루전까지라도 철저히 챙기고 추진한다는 자세로 나가야 한다.잔뜩 현란한 구호만 제시하고 뒷감당을 못하는 지금같은 현상은 반성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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