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達人 '환상의 하모니' - 허비 행콕.웨인 쇼터 첫 듀오음반 미국서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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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황금의 결합'.재즈의 대가 허비 행콕과 웨인 쇼터의 첫 듀오음반'1+1'이 이달초 미국전역에 재즈전문레이블인 버브사를 통해 발매된다.

중순경 국내에도 선보일 이 음반의 출시소식은 지난 5월 나온 재즈대가 팻 매시니와 찰리 헤이든의 듀오음반'비욘드 미주리 스카이'에 이어 또한번 전세계 재즈팬의 가슴을 설레이게 만드는 뉴스라해도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8월에는 국내에서 직접 그 환상의 화음을 듣게될 가능성이 높다.

재즈공연사인 난장 커뮤니케이션과 대학로 라이브극장이'라이브난장'콘서트에 행콕과 쇼터의 참가를 교섭중인 것. 행콕(57)은 현존하는 전세계 재즈피아노.키보드연주자중 세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물.국내에서는 84년 히트곡'록 잇'과 96년 내한공연으로 잘 알려져있다.리듬 앤 블루스와 팝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뛰어난 뮤지션으로 지난해'뉴 스탠더드'앨범으로 5번째 그래미상을 수상했다.

또 쇼터(63)는 능란한 테너.소프라노 색소폰주자이자 탁월한 재즈작곡가.70년대 키보드.드럼.기타 각분야에서 일급스타들이 모여 만든 드림팀 퓨전그룹 '웨더 리포트'을 이끌며 음악성과 대중성 양면에서 큰 업적을 남겼다.

95년 전기음과 어쿠스틱음을 절묘하게 조화시킨'하이 라이프'로 역시 그래미상을 탔다.

두사람은 63년 마일즈 데이비스 퀸텟에서 처음 음악을 시작한 이래 여러차례 함께 무대에 섰지만 둘만의 듀오음반은 이번이 처음. 이 기념비적 음반은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델로니어스몽크 콘테스트에서 우연히 두사람이 이 콘테스트의 우승자 미첼 보스트랩의'황홀한 기억(메모리 오브 인첸트먼트)'를 함께 연주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말그대로 황홀한 연주를 무대 뒤에서 듣고 감동한 팻 메시니가 “방금 둘이 한 연주를 그대로 음반으로 만들어라.나오자마자 사겠다”고 등을 떠민 것. 이 음반에서 두사람은 마일즈 데이비스의 영향아래 축적한 음악적 교류와 함께 각자 끊임없이 추구해온 주제인'미지'(the Unknown)에 대해 음악적으로 힘을 합쳐 표현하려 한다.

눈빛만 봐도 호흡이 맞았던 즉흥연주,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사라진 영감들을 합세해 새롭게 부활시킨다는 작의(作意)다. 행콕이 어쿠스틱 피아노를,쇼터가 소프라노 색소폰을 맡은 앨범에는 과거 행콕의 히트곡 3곡과 쇼터의 히트곡 3곡및 함께 작곡한 신곡 3곡이 사이좋게 들어있고 이번 앨범을 탄생시킨 기폭제'황홀의 순간'이 제3자의 곡으론 유일하게 끼어있다.

오프닝곡인'메리디언'은 전원에 온듯한 공간감이 특징이며 펑키한 라스트곡'헤일 봅 힙합'은 혜성같은 신비감이 느껴지는 둘의 음악적 결합을 보여준다.

도시인들을 위한 현대판 포크송'맨해턴 로렐라이'같은 풍자적인 합주곡이 있는가 하면 억류된 미얀마의 여성지도자에게 바치는 느린 블루스곡'아웅산 수지'처럼 이색적인 곡도 있다.

그러나'1+1'은 곡 하나하나보다 전체흐름이 중요한 콘셉트앨범에 해당한다.영화광인 두사람은 앨범에 다양한 이야기와 변화무쌍한 풍경의 이미지를 녹여 마치 한편의 영화같은 작품을 만들었다.

쇼터는“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의 사운드트랙같은 앨범”이라고 자평했다.

둘은 7월말부터 음반발매를 기념해 미국.일본.유럽등 세계투어를 계획중인데 한국도 공연후보국으로 끼어있어 기대를 모은다.

한국공연이 성사되면 두 사람은 극장내와 야외무대에서 각각 한차례씩 공연을 갖게된다.

이 공연에는 트라이빔,이정식,임인건과 야타밴드,김광민,정원영등 국내 유수의 재즈뮤지션들도 집결,올여름 최고의 재즈잔치를 벌이게될 전망이다. 강찬호 기자

<사진설명>

“가끔씩은 피어 프레셔(동료간 경쟁으로 인한 압박)가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지난 30년간 선의의 작품경쟁을 해온 두 재즈대가 허비 행콕과 웨인 쇼터가 처음으로 듀오음반을 만들어 화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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