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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건강 지킴이] 국가임상시험사업단 신상구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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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아직도 임상시험 하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환자를 모르모트로 만든다는 거죠. 하지만 전세계 임상시험의 50%는 미국, 30%는 유럽연합(EU)에서 이뤄지고 나머지를 호주·싱가포르 등 아시아권에서 가져갑니다. 후진국에서 시행되는 것은 환자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에이즈 치료제나 특수백신 정도지요.”

국가임상시험센터 신상구(서울대 의대 교수·사진) 사업단장은 “각국이 유치전을 벌일 정도로 임상시험 시장이 거대해지고 있다”며 “우리도 하루빨리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임상시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불과 5년여 전. 허가 규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았던 탓이다.

지난해 다국가 임상시험 프로젝트 수는 215건(국내 158건 제외)으로 세계랭킹 25위.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한 호주(11위), 인도(16위), 중국(23위)보다는 낮지만 엄청나게 빠른 성장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호주는 인구와 의료진 수가 우리나라의 절반이지만 의약품 소비액의 5배나 되는 임상시험 연구비를 수주합니다. 인도는 2005년 3000억원을 벌어들여 내년까지 연 1조원의 연구비 유치를 돌파한다는 목표를 세웠죠. 우리나라 임상시험 수주액은 의약품 소비액의 1.4%에 머물고 있습니다.”

국가임상시험사업단은 국내 임상시험 수준을 높이기 위해 2007년 12월 보건복지가족부가 만든 연구지원 기관. 현재 대학병원급 12개 임상시험센터를 선정해 매년 기관당 40억원을 지원한다. 사업단의 목표는 센터를 3곳 더 늘려 2013년까지 1조원 규모의 임상시험 연구비를 유치하는 것.

“신약을 개발할 때 과거엔 전임상 동물실험에 연구비의 80%를 썼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체 신약 개발비의 60%가 임상시험에 들어갑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신약 허가기관이 근거 중심의 임상자료를 요구하기 때문이지요.” 그는 400대 제약기업이 매년 임상시험에 투자하는 돈이 연 60조원, 벤처까지 더하면 110조원이 된다고 덧붙인다.

그는 국민건강 차원에서도 임상시험이 한국에서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자료가 있으면 그만큼 약을 정확하게 쓸 수 있습니다. 체격에 따라, 민족적 유전적 변이에 따라 약의 용량 등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또 암과 같은 난치병 환자에겐 약을 빨리 쓸 수 있는 기회가, 그리고 의료진은 연구 역량이 높아집니다.”

피험자 약물 피해 우려에 대해선 그는 임상시험 윤리기준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 한 명에게서 약물부작용이 나타나도 곧 시험을 중단하고, 또 영구보상을 위한 보험 가입도 의무화되고 있단다.

“지난해 다국적 제약기업인 화이자는 가장 어려운 초기 임상을 전 세계에서 한국을 포함한 5개 나라에서만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한국에서 아시아에선 없는 연구 프로젝트 총괄책임자가 7명이 나왔습니다.

임상시험은 제조업과 달리 원가 개념이 없는 대표적인 지식산업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 소비는 연 9조원에 이릅니다. 다국적 제약기업의 소비국으로만 남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지 않아요.”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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