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삶·이 취미] '광주 몸짱' 김정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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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 빌딩은 피부가 늘어지지 않고 요실금 예방 효과 등이 클 뿐 아니라, 힘이 매사에 자신감을 심어 주는 등 중년 여성들에게 참 좋은 운동이예요. 근육질이 될까봐 무서워하는데 여자들은 웬만큼 운동을 해선 근육이 탱탱해지는 정도지 남자들처럼 울퉁불퉁해지지는 않아요."

얼굴이 곱상하고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이는 김정숙(44.사진.광주 서구 풍암동 대주아파트)씨는 광주.전남지역에는 두 명밖에 없는 여성 보디 빌딩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녀는 지난 4월 선수 등록을 한 뒤 지난 달 23일 미스터 광주 선발대회

여자부 경기에 출전했다.

"음식점 개업을 준비하느라 바빠 마무리 훈련을 충분히 하지 못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고 창피해요. 내년에는 멋진 경기를 보여 주겠습니다."

대회 참가에 대해 남편과 달리 고교 3학년 아들과 1학년 딸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려 하느냐"며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용기를 내 무대에 섰다고 한다.

그녀는 보통 오전 5시40분쯤 일어나 30분 가량 동네 산을 오르거나 달리기를 한 뒤 가족들의 아침 식사를 챙긴 다음 헬스클럽으로 가 약 두 시간씩 운동하고 있다. 몸무게 57㎏으로 출전하고 키가 163㎝인 그녀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 때까지 무용을 했고 가냘픈 몸매였다.

그녀는 스스로 "운동을 밥 먹듯이 하고 중독된지도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운동 광(狂)이었고 결혼 후 에어로빅.수영.등산 등을 하면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도가 높게 했다.

그러던 중 외국 잡지에 실린 여성 보디빌더들의 사진을 보고 매료돼 33살 때인 1993년 헬스클럽에 다니기 시작했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무거운 것을 들고 밀고 당기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했다. 6년 가량 지나면서 언젠가는 대회에도 나가 봐야겠다며 전문가들에게 지도를 받으며 몸을 만들어 올해 선수로 나선 것이다.

그녀는 마라톤도 즐겨 최근 2~3년 동안 각종 대회에 참가, 42.195㎞ 풀 코스를 한 차례 완주했고 하프 코스는 10번 이상 뛰었다. 인라인 스케이팅도 내년에는 인라인 마라톤에 도전하려고 벼르는 실력이고 스키 또한 수준급이다.

"원래 술이나 노래 등은 취미가 없어요.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목숨을 건 오지 탐험 같은 것을 포함해 모두 해 보고 싶어요."

김씨는 여자들이 남자들 틈에 끼여 운동하는 '동네 체육관'이 아닌, 몸을 마음껏 드러낸 채 근육의 변화 등을 살펴보면서 땀을 흘릴 수 있는 여성 전용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이해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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