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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땅 많은 자산주 몸값 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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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현금과 땅을 많이 가진 기업들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가치주의 일종인 자산주가 투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를 계기로 재무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자산 재평가가 허용된 것도 부동산이나 기계설비를 많이 가진 기업에 유리한 부분이다.

자산주는 현금이 풍부하거나 대규모 부동산을 소유한 땅부자 기업 또는 우량 자회사 덕분에 지분법 평가이익을 얻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시세에 덜 민감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하는 게 특징이다.


NH투자증권 박선오 연구원은 “최근 1년간 코스피지수가 33.4% 하락하는 동안에도 우량 자산주의 하락폭은 21%에 그쳤다”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자산, 특히 현금이 많은 종목이 선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금이 많은 자산주 중 대표적인 게 신도리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하는 이 회사는 1995년 이후 꾸준히 배당을 해왔고 2001년 이후엔 매년 200억원 이상을 배당금으로 쓰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혜용 연구원은 “금융위기로 실물경기가 악화될수록 현금이 많고 배당을 꾸준히 해 온 기업의 재무 안정성이 돋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많은 자산주로는 효성과 코오롱처럼 토지와 기계설비가 많은 업체가 꼽힌다. 대성산업은 보유한 땅의 장부가를 합치면 시가총액과 맞먹는다. 주가 순자산비율(PBR)이 1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세방의 경우 세방전지 등 우량 자회사를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토지도 많이 가진 기업이다.

정부가 2008년 회계장부부터 자산 재평가를 허용한 것도 자산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자산 재평가는 취득 당시 가격으로 표시된 자산을 시가(감정가격)로 바꿔 표시하는 것이다. 그만큼 자산 가치가 높아진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1998~2000년)에도 기업의 재무적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자산 재평가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적이 있다.

자산 재평가로 자산 가치가 크게 늘 수 있는 건 주로 땅이 많은 기업들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나 효성·하이트맥주 등은 보유한 땅의 자산 가치를 현재의 공시지가로 재평가할 경우 3000억원 이상 자산 규모가 늘어난다. 자산 재평가로 기업 가치 자체가 달라지진 않지만 그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은 크다. 한화증권 이준환 연구원은 “상업적 가치가 높은 토지를 보유했거나 우량 비상장 자회사를 가진 대한제당·대성산업·경방·성창기업·한국전력 등이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작 자산 재평가를 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으리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부채 비율이 높아 당장 급한 기업이 아니라면 의무가 아닌데도 재평가를 하려고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채비율이 높아 자산 재평가를 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대한항공·에이스디지텍·대경기계기술·한라건설·성신양회 등을 꼽았다.

한애란 기자

▒바로잡습니다▒

자산 재평가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긴다는 부분을 바로잡습니다. 과거에는 재평가 차익에 세금이 매겨졌으나 최근 회계기준이 바뀌면서 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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