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프로그램 무단복제한 컴퓨터광 21명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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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는 한글과 컴퓨터사 이찬진(李燦振.32)사장은 최근 서울지검 동부지청을 찾은뒤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컴퓨터 매니어들이 빗나간 일확천금(一攫千金) 꿈에 빠진 실태를 보았기 때문이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1부는 16일 하이텔.천리안.나우누리등 컴퓨터통신망을 이용,불법복제한 컴퓨터프로그램.음란물.게임등 CD를 판매한 혐의(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등)로 21명을 구속했다.李사장의 1년 봉급이 5천만원 정도인데 이번에 구속된 최영일(崔榮日.29)씨가 95년8월부터 지난달까지 CD 불법복제로 번 돈이 1억여원.특히 2월초부터 3월12일까지 40여일동안은 1천7백55만여원을 벌어들였다.

崔씨의 불법복제 품목에는 李사장이 공들여 개발한'아래아 한글'은 물론'AUTOCAD13'(시가 4백여만원상당),'윈도95'등 상용프로그램과 각종 게임등이 포함됐다.프로그램 종류별로 1백여종의 CD를 제작,장당 2만~3만5천원에 팔아 3개 통장에 하루 입금건수는 수십건에 이르렀고 崔씨는 매일 20만~30만원을 인출해 경마.술값등으로 탕진했다.

재학중 불법복제에 재미를 붙인 崔씨는 대학(H대)을 졸업한뒤 몇달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다시 불법복제의 세계로 돌아왔다.이 때문에 崔씨의 사회관계라고는'번개모임'즉 통신하다 갑자기“만나자”고 해 보게되는 일회성 사람들이 전부고“통신을 안하면 정신이 멍해지고 손이 떨리고 잠도 못이룬다.구치소에서도 통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정도로 자칭'통신중독자'가 되고 말았다.

함께 구속된 민동원(閔東源.24.K대3년)씨는 李사장처럼 프로그램 개발업자가 되는게 꿈.그는 컴퓨터통신상에'나와라주식회사'란 이름을 내걸고 지난 1년간 불법복제 CD 1천6백60점 3천3백여만원상당을 팔았다.

또 S신학교 재학생인 강신태(姜信泰.40)씨는 인터네트사업 투자자금을 마련한다며 게임은 물론 음란물도 CD에 저장.판매,1천6백여만원상당을 벌어들인 혐의로 구속됐다.이에대해 李사장은“현재와 같이 불법복제가 만연한 현실에선'한국의 빌 게이츠'는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우리 회사도 불법복제로 인해 2백억~3백억원상당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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