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환의 차이나LIVE] “대만이 정통 중국문화 적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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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잉주 대만 총통이 설을 앞두고 내수 진작을 위해 국가에서 제공한 바우처를 들어보이고 있다.[AP=연합뉴스]

마잉주(馬英九)대만 총통이 중국문화 종주권이 대만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습니다..마잉주 정권 출범 이후 양안 협력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언인데 시점도 미묘하고 그래서 이유가 뭘지 속내가 무엇일지 당장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마잉주 총통은 22일 대만사범대 춘제(설)제례식에 참석해 "오직 대만에서만 정통 중화문화와 한자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대만 연합보(聯合報)가 보도했습니다.
이 발언은 화교 교육의 메카인 대만사대가 거둔 성과를 평가하고 중국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문화재 수나 종류에서 대륙과 비교할 수 없으나 중국문화의 본령인 정신과 사상에선 대만이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는 의미인거죠.
양안 관계가 정치·경제·문화 등 전면적으로 확대되면서 대만 사회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종의 사상전인거죠..1,2차 국공합작을 해봤던 국민당 입장에선 공산당의 사상전 실력을 충분히 맛봤습니다..심리전,이념 지형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는 게 물리적 실력 대결 못지 않게 승패를 가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국민당 이상 체험한 집단이 지구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때문에 이날 나온 마 총통의 중국문화 종주권 주장은 중국의 구심력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입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대만 여론이 친중국화되면 결국 중국으로 흡수될 수 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중국 결정론..이것을 겨냥한 대만의 자존심 지키기 차원을 넘어서 향후 중국 정세의 변화까지 염두한 사상전이란 관점으로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대대로 중원문화의 강력한 구심력으로 주변 기마민족을 한화시켰듯이 대만도 중국의 정치,군사,경제적 영향권 안으로 빨려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계산에서 최근 대만에 선물보따리를 풀고 있습니다..

한반도 사이즈에서 보면 정말 정신 없습니다..민진당 정권이 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대만기업에 자금 지원에 고궁박물관 교류 뿐 아니라 공산당은 양안의 군사적 대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평화협상을 하자고 치고 나올 정도로 여론전 심리전에 능합니다.

대만은 지난해말 군사대화까지 하자는 중국의 제안에 묵묵부답으로 손가락이나 빨고 있는 형국이었는데,,마잉주 총통..한마디 하셨습니다..
정통 중국문화를 배우려면 대만에 와야한다..이렇게 말입니다.

정통의 반대말은 사(邪)자 들어가는 일련의 조어들 아닙니까..
향후 대륙의 정세까지 내다본 포석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자세한 양안의 통일전략은 다음 기회에 다루겠습니다.)
당장 필(feel)이 왔습니다. 중국 대륙 네티즌들이 정말 화끈하게 화답했습니다.
마 총통 말이 맞다 이거죠..대륙에선 문화대혁명 때 봉건 잔재 타파한다며 전통문화 씨를 말렸잖습니까. 게다가 간체자 쓰는 중국에 비해 한자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대만 입장에선 못 할말도 아니라는 거죠.

지난해 대륙의 문화계 주류 인사들이 학교에서 번체(원래 한자)교육을 해야 한다고 당에 건의했을 정도로 한자의 간체화에 대한 문화계의 우려가 심한 것도 사실이죠.

이런 와중에 마총통이 정통 중국문화는 대만에 있다..이렇게 외치셨으니 표면적으로 맞는 말이란 반응이었던 거죠..

논리상 경우상 현실상 맞는 말로 상대의 마음을 뺏어오는데 성공한거죠. 첫술에 배부르겠습니까..대만도 사상전으로 대륙 민심을 공략하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생각은 이래서 나왔습니다.

양안의 두뇌게임이 점점 흥미의 수위를 더해갑니다..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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