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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색의 매력, 무지개송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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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어의 맛에 새삼 매력을 느꼈던 것은 작년 어느 수산물박람회에서였다. 오렌지색의 생선이 보이길래 당연히 연어인 줄 알고 맛을 봤다. 알고보니 훈제송어였는데 훈제연어와 비슷했지만 좀 더 담백하고 감촉도 부드러웠다. 이 훈제송어로 만든 샐러드며 카나페류를 맛 보았는데 보기에 좋고 맛도 뒤지지 않아서 파티메뉴로도 손색이 없어보였다.

육색이 빨갛고 선명해 소나무의 마디와 같다고 하여 송어(松魚)라 부른다. 연어과에 속하기 때문에 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살고 다시 민물로 돌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일생을 민물에서 산다. 민물 중에서도 차갑고 깨끗하고 산소함유량이 높은 1급수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생선회로 먹어도 안전한 식품이다. 상업성이 좋은 무지개 송어가 대중화되어 현재 강원도를 비롯한 곳곳의 양식장에서 양식을 하고 있다. 무지개 송어는 원래 북서 아시아와 북미의 태평양 연안에 분포하던 종이었는데 우리 나라에는 양식을 목적으로 1965년 들여왔다.

한 때, 북한에서 귀빈을 대접하는 각종 만찬 메뉴에서 이 무지개송어요리를 내 놓았었다. 송어는 신선하고 담백한 맛이 좋아 주로 싱싱한 회로 먹는다. 기름기가 적지도 많지도 않은 탓에 살결이 부드럽고 씹는 맛에 탄력이 있다. 송어회 두어점을 집어 볶은 콩가루에 콕 찍어 먹거나 채 썰은 상추에 초고추장과 콩가루를 넣고 버물버물하여 함께 싸 먹는 것이 송어회를 제대로 맛 보는 요령이다. 그 밖에도 튀김, 구이, 매운탕, 찜을 비롯하여 과메기, 만두, 젓갈까지 다양한 조리방법으로 애용되고 있는데 맛 과 감촉이 섬세한 편이어서 다른 요리에 사용할 때에도 소스나 양념을 되도록이면 강하게 하지 않는다.

송어에는 4.6%의 지방이 함유되어 있어 DHA 및 EPA의 함량이 1일 섭취권장량의 1.8배나 들어있다. 송어에 들어있는 DHA가 뇌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노인들의 치매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동물 실험으로 밝혀진바 있다. 단백질은 21%로 쇠고기, 돼지고기와 비슷하지만 칼슘함량은 쇠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월등히 높은 35mg이다. 비타민 A와 B도 26mg과 0.12mg을 차지하여 이들 영양분의 적합한 공급원이 된다.

송어알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들어왔던 1965년의 그 날과 같은 날인 지난 1월3일, 2009 '평창송어축제'가 진부에서 개막했다. 송어를 직접 낚아 볼 수 있는 송어잡기체험과 전통썰매, 얼음기차, 얼음카트, 스노우래프팅, 개썰매 등의 다양한 놀이가 마련되어 있다. 이번 구정연휴 기간에는 오후9시까지 이 모든 체험을 즐길 수 있으니 가족모두 모인 김에 함께 겨울나들이 가보는 것도 좋겠다. (평창송어축제: http://festival700.or.kr/trout)

김은아 칼럼니스트 eunahstyl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