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 D등급 16개사에 빌려준 돈 6조원 … 은행에도 불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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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은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일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그 충격을 채권은행들이 얼마나 견뎌내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은행연합회의 지난해 11월 말 금융권 여신 자료에 따르면 이번 평가에서 C(부실 징후), D(부실) 등급을 받은 12개 건설사에 나간 전체 대출액은 4조2206억원이다. C와 D등급을 받은 4개 조선사에 나가 있는 대출액은 1조9564억원이다. 16개 회사에 6조원가량의 돈이 물려 있는 것이다. 여기엔 직접 대출액과 지급보증, 선수금지급보증보험(RG) 등이 포함돼 있다.

은행들은 이들의 대출에 대해선 손실 가능성에 대비해 20~100%의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손충당금이란 나중에 손실이 날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준비자금이다. 이게 많아지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진다.


금융감독원은 20일 건설·조선사 구조조정에 따른 대책을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C와 D등급을 받은 12개 건설사 대출에 대해 1조21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쌓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IS 비율(지난해 9월 말 평균 10.86%)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0.1%포인트가 떨어지는 정도다.

전체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은행별로는 차이가 있다. 여신 규모와 갖고 있는 담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에 선정된 구조조정 대상 업체들의 대출의 분포를 살펴보면 큰 은행끼리도 4.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신한은행이 7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6100억원 ▶우리은행 5700억원 ▶농협 1700억원 ▶하나은행 1440억원 등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손실이 많은 곳은 BIS 비율이 0.5%포인트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김은갑 애널리스트는 “16개 업체만 대상으로 하면 은행권의 BIS비율 하락폭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다만 B등급 이상으로 분류한 기업들이 경기 침체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 추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대출액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포함되지 않았다. PF 대출이란 아파트 분양과 같은 건설 사업에 돈을 빌려주고 수익금을 받는 식으로 이뤄진다. 대출을 받은 주체는 사업을 시행하는 개발업체다. 시공을 하는 건설업체는 이에 대해 보증을 서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개발업체가 이자를 내지 못하면 건설사가 이를 떠안아야 하고, 건설사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은행의 부실이 된다.

21일 각 금융지주회사의 주가가 하락한 것도 투자자들이 구조조정에 따른 은행의 손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신한지주(2만6500원)의 주가가 6% 떨어졌고, 우리금융(7010원) 5.3%, KB금융(3만2100원) 4.8%, 하나금융이 (1만9250원) 각각 3.3% 하락했다.

신영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구조조정 대상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적어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미국 금융주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은행주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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