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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CEO(최고경영자) 모임 확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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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국내에서도 업종별'CEO(Chief Executive Officer.최고경영자)클럽'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조선.반도체등 업종별로 사장단회의가 활성화되면서 이를 통해 업계 현안의 대(對)정부건의는 물론 전략적 제휴까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사장단회의가 친교모임이나 골프회동등 비공식적인 사교의 장이라는 차원을 넘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최고경영자들끼리 관심사를 논의하고 조정하는'CEO클럽'이 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추세에 맞춰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세미나.회원제 레스토랑.CEO전용 신용카드등 CEO관련 산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CEO끼리의 모임은 기업내의 주요사항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끼리 만나 업계 현안이나 문제점들을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점에서 효율적이고 의미있는 경영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업종별로 활발하게 모임을 갖고 있는 사장단들은 협회 이사회(자동차.반도체).정책협의회(조선).종합무역상사협의회(무역).신규사업준비위원회(항공)등의 이름으로 매년 6~10회씩 공식모임을 갖고 있다.이밖에 수시로 사장단끼리 비공식 모임을 갖고 있다. 증권업계의 경우 월1회 열리는 사장단회의가 아예 업계내 최고의결기구로 규정돼 있으며 세미나,해외시장 시찰등과 함께'금요회'등의 이름으로 비공식적인 골프회동등도 갖고 있다.

23개 화섬 전문수출업체의 오너들도 최근 한국화섬직물수출기업협의회를 결성,월1회 모임을 갖는등 중견.중소기업에까지 CEO모임이 확산되는 추세다.

이 협의회의 백승한(白承翰)㈜대광 사장은“책임있는 사장들끼리의 모임을 통해 업계간 정보교환,과당경쟁 자제뿐만 아니라 제휴,해외 공동진출등 혼자 하기 어려운 일에 대한 논의도 쉽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장단 모임에서는 자동차 관련 세제개편(자동차).수출보험 제도개선방안(무역).관세인하(반도체)등 업계를 대표해 대정부 건의를 하거나 항공기제작 단일공동회사 설립(항공).전동차 수입전장품 국내개발(중공업)등 공동사업등도 논의되고 있다.

조선업계는 일본 조선업계 최고경영자들과 대표자회의를 정기적으로 갖고 있고 반도체업계도 미국의 인텔,일본의 NEC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생산업체 사장단들과 세계반도체협의회를 결성하는등 국제적인 차원으로까지 모임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CEO들을 겨냥한 신종상품들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카드는 지난달부터 국내상장사 최고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최고 2억5천만원까지의 항공상해보험 무료가입,5천만원까지의 무보증 대출등이 가능한'톱클라스카드'를 개발,시판에 나섰다.

각 경제단체도 CEO들을 대상으로한 회원제 고급식당을 유명호텔과 제휴해 운영하며 회원 전용카드 발급(전경련 경제인클럽),동행자 9인까지 할인(상의클럽),제휴 호텔숙박비 할인(뱅커스클럽)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경총.생산성본부등의 경영조찬세미나도 점차 업종별 단체로 확대되고 있다.

김지홍(金志鴻)연세대 경영학과교수는“경제의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최고경영자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은 당연한 추세”라며 “정보교환이나 제휴협력의 장(場)인 CEO간의 모임이 가격이나 품질의 독점.담합 통로로 변질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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