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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하나 될 KT- KTF …‘통신대전’ 포성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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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KT도 발끈했다. “유·무선 결합은 세계적 추세다. SK텔레콤은 경쟁사 발목잡기를 그만둬라”고 맞받아쳤다. 20일에 이사회를 소집해 KTF와의 합병을 결의했다. 합병 비율은 KT 주식 1주당 KTF 주식 0.72주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가격은 주당 KT 3만8535원, KTF 2만9284원이다. 21일에는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병 인가 신청을 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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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사장은 이사회에서 “합병으로 유·무선 통신 융합산업을 선도해 글로벌 사업자로 변신하겠다. 이로써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재도약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의 발언은 여타 사업자 입장에선 ‘통신대전’의 선전포고로 들렸을 법하다. 유선통신의 지존 KT와 이동통신 2위인 KTF의 화학적 결합은 국내 통신시장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 뻔하다. 우선 매출 19조원의 거대 통신업체의 탄생이다. 합병한 KT는 전체 통신시장 가입자의 51%, 매출액의 46%를 점한다. KT와 SK텔레콤이 자웅을 겨루고 LG 계열 통신사업자들이 뒤쫓는 ‘2강 1약’ 구도가 ‘1강(KT) 1중(SK) 1약(LG)’으로 바뀌는 것.

◆“3년간 이익 8000억원 늘 것”=KT가 KTF 합병을 진지하게 검토한 지는 1년 됐다. 지난해 9월에는 합병 논리와 효과 분석 등을 담은 보고서를 완성했다. KTF 흡수합병의 가장 큰 대의명분은 정체된 매출을 끌어올리고 비용은 줄여 기업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 KT 매출은 5년간 11조원대를 맴돌았다. 매출 비중이 40%가 넘는 유선전화 시장은 연평균 1000억원꼴로 규모가 줄어 왔다. 반면 KTF는 커 왔다. 합병을 하면 저조한 유선 부문 매출을 이통 매출로 벌충할 수 있다. 또 두 회사의 투자·마케팅비를 합쳐 특정 부문에 집중하면 전과 비교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춘다. 우리투자증권의 정승교 연구위원은 한 보고서에서 “두 회사를 합치면 3년간 수천억원의 비용 절감과 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증가가 가능하다”고 추정했다.

◆경쟁사 “출발부터 불공정”=경쟁사들은 공룡사업자 출현의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을 우려한다. 1,3위 이통회사인 SK텔레콤·LG텔레콤과 케이블TV 업계가 특히 합병 반대 논리를 필사적으로 편다. 최대 공격포인트는 KT가 보유한 통신주·관로 등 필수설비들. 전국을 거미줄처럼 뒤덮은 필수설비는 KT의 경쟁우위 원천이다. 여타 통신사업자들은 KT에 일정 대가를 내고 이 시설을 빌려 쓴다. SK텔레콤은 합병 반대 자료에서 “필수설비의 대부분은 KT가 공기업 시절에 구축한 것이라 후발 사업자가 아무리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따라잡을 수 없다. 유·무선 통신시장이 출발부터 불공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BT의 사례를 들어 필수설비를 KT에서 떼내 여타 통신업체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KT가 KTF를 꼭 합병하겠다면 필수설비부터 분리하라는 요구다.

필수설비 논란에 대해 KT는 “우리나라와 영국의 상황이 다르다”는 대응논리를 편다. 우리나라엔 KT에 버금가는 광케이블망을 가진 LG파워콤이 있다는 것. 다만 LG파워콤의 광케이블 길이는 14만8000㎞로 KT(24만5000㎞)에 훨씬 못 미친다. 제2 유선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10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통신망은 KT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합병으로 5조원 생산유발”=KT는 KTF를 합병해 유·무선 통신 결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규모의 경제를 키울 경우 해외시장에서 거대 외국 미디어 자본과 싸워볼 만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석채 사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합병에 성공하면 5년간 5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약 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기대했다. 특히 “합병은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IT산업의 동맥경화를 푸는 일”이라는 국익론을 폈다. 통신업계의 맏형으로 해외 사업을 통해 한국 IT산업을 재건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SK텔레콤의 생각은 다르다.

이순건 마케팅기획본부장은 “합병한 KT가 이통 시장에 마케팅비를 쏟아부을 경우 업계는 출혈경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투자 여력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KT 서정수 부사장은 “마케팅보다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반론을 폈다. KT·KTF 합병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기에 경쟁업체들의 대의명분 싸움은 앞으로 가열될 전망이다. KT의 독점력 강화에 대한 법적 논란도 있을 수 있다. 방통위와 공정거래위원회는 합병 인가 신청이 들어오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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