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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도다!] 1. MIT도 두렵지 않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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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는 인도 어린이들의 행렬에 끝이 없다. 최근 인도 정보기술(IT) 산업의 심장부인 방갈로르에 모인 시골 어린이 수만명이 컴퓨터와 인터넷 학습에 열을 올리는 모습. [방갈로르 AP=본사특약]

'21세기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인해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나라-'. 인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전국 1100여개 공대에서 쟁쟁한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연 30만명씩 쏟아져나온다. 학사만 14만명이고, 나머지는 3년제인 디플로마 출신이다. 일본의 학사 배출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10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이고, 미국과 한국은 각각 6만명을 웃돌 뿐이다. 머릿수만 압도하는 게 아니다. "당장 IT산업 현장에 투입해도 아무 문제 없는 정예요원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마이크로소프트 라지브 카울 인도법인장)."

미국의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본떠 만들었다는 인도공과대학(IIT)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판이 났다. "가르치는 선생이나 배우는 학생 수준으로 따져서 MIT와 전혀 다를 게 없다. 신기술을 가르치는 건 오히려 우리가 더 나을걸." 델리 남부에 위치한 IIT 코타리 교무부학장은 땅땅 큰소리를 쳤다.

*** 사설 IT 학원도 수천개

행세깨나 좀 한다 하는 인도 사람이면 하나같이 강조하는 말이 자기들이 우수하고 잘났단다. '사람'이야말로 인도가 가진 경쟁력의 요체요, 미래를 담보하는 에너지라는 것이다. 인도 사람들을 만나볼수록 그들의 제 자랑에 수긍이 갔다.

방갈로르에 있는 삼성소프트웨어연구소의 무니시 아후자 프로그램 매니저는 "IT 대군(大軍)을 양성하는 뒷심은 풍부한 '인력 바구니'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10억명이 넘는 인구(정확한 숫자는 아무도 모른단다) 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사람만 매년 1200만명이다. 대학에 가는 사람은 300만명. 여기서 추려진 30만명의 인재 중에서 IT 전사들이 나오는 것이다. IT 관련 과목인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등을 배우지 않은 수만명의 공대생도 IT업체 취직을 위해 전공에 관계없이 컴퓨터와 영어공부에 열심이다.

뉴델리의 스미스 익스텐션 거리. 공대에 입학하지 못한 수만명의 젊은이가 다시 모이는 곳이다. 사설 IT학원들이 꽉 들어차 있다. NIIT.압텍 등 전국에 실핏줄처럼 깔린 수천개의 학원 역시 수준급 엔지니어를 추가로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다.

인도 최고의 인재 산실이라는 IIT의 실상을 좀더 알아보자. 수학.물리.화학 시험을 통과한 3500명만이 전국에 있는 7개의 IIT에 들어간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인포시스의 창업자 나라야나 무르티 회장의 아들은 IIT에서 컴퓨터공학을 배우고 싶었지만 성적이 안 돼 결국 미국 코넬대에 들어갔을 정도라고 했다.

전기공학 석사과정인 키쇼르 카스히얍(23)은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1대8"이라며 수업의 질과 밀도가 높다고 자랑했다(MIT는 1대11). 그는 "학부의 경우 4년간 190학점을 이수하느라 버겁지만 최고의 IT 전문가가 되겠다는 포부에 기숙사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고도 했다. 한국에선 140학점만 들으면 졸업장을 받는다.

칠판보다 현장을 중시하고 따라서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낸다는 것도 IIT의 강점이다. 코타리 교무부학장은 "인텔.시스코.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IIT와 연구개발 등으로 다양하게 교류한다"며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최신 기술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한다"고 말했다. 변하는 기업환경에 맞게 커리큘럼을 짜기 위해 기업 임원들을 교과개편위원회에 참여시킨다.

물론 인도의 산적한 수많은 문제가 대학 하나 기막히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문제 해결의 시작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활로로 믿고 있다.

그들이 또 하나 큰소리치는 것은 영어다. 영어가 공용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공식언어가 18개요, 지방언어까지 합치면 800개가 넘는다지만 어디를 가도 영어가 통하는 나라다. 1억5000만명이 영어로 말이 된다. 그런데도 학교에서 더 잘하라고 열심히 영어를 가르친다. 지금 인도가 IT 소프트웨어 분야를 휩쓸고 있는 것도 영어 아니면 턱도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싸다. 3~5년 경력인 IT 기술자의 연봉은 평균 2만달러(약 2400만원)다.

미국(7만5000달러)의 27% 수준이다. 카스히얍 같은 IIT 졸업생들도 "월급 2만루피(약 50만원)만 주면 만족하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싸고 우수한 고급인력을 무한정으로 공급할 수 있는 나라가 인도였다.

*** 月 50만원이면 고급인력 채용

뉴델리에 본부를 둔 나스콤(인도 IT기업협회)이 그리는 인도의 미래를 보자. "서기 2020년. 고령화가 진전된 미국은 1700만명의 기술인력이 모자라 신음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로 1000만명이 부족하다. 이때 4700만명의 남아도는 기술인력을 가진 나라가 나타난다. 바로 인도다.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기술 전사(戰士)'들이 인도를 '첨단.지식 산업'의 허브로 키운다-."

요컨대 인도는 그냥 인구만 많은 게 아니라, 젊고 우수하고 영어와 기술로 무장한 무한한 잠재력의 나라라는 것이다.

뉴델리.방갈로르=이장규 경제전문대기자,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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