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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미달 방송진행자 많다 - 연예인들 39% 비속. 선정적 언어 난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MC와 DJ. 시청자(또는 청취자)와 출연자 사이에서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이끌어나가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 진행자의 말 한마디,일거수 일투족이 방송을 지켜보는(또 듣는)수많은 익명의 존재에게 미칠 영향력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 방송은 어떤가.진행자들은 과연 능숙하게 프로그램을 리드하고 있는가.유감스럽게도 안 그런 경우가 더 많은 것같다.

사례 하나.누드모델 이승희씨를 불러놓고 한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은근하게 물었다.“당신의 나비문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사례 둘.또다른 연예정보 프로그램.역시 이승희씨를 취재하던 한 리포터가 자신의 질문을 이승희의 매니저가 가로막았다며 화를 내는 장면을 여과없이 방영했다.그 전(前)주에는 출연한 영화배우에게 대사중 비속어를 말해보라고 요구했고 그 배우는 그말에 충실히 따랐다.

사례 셋.방송위원회는 MBC 라디오'이종환.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시대'에 대해 최근 중징계를 검토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청취자 엽서사연을 소개하며 대변의 종류,소변보는 소동,방귀등 생리현상과 관련된 내용을 적나라한 표현으로 소개해 올들어서만 다섯번의 제재를 받았다.그런데도 재미있다는 이유로 주말에 재방송까지 하는 열의(?)를 보였다.

최근 진행자가 있는 TV방송 3사의 18개 프로그램을 조사한 방송개발원은 방송사들이 시청률만 높이기 위해 진행자로서의 체계적인 교육도 받지 못한 연예인들을 주로 기용,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프로그램의 전체 진행자중 개그맨.코미디언.탤런트.배우.가수가 39%로 가장 많았고 이들중 80% 이상이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오락프로그램에는 사적인 대화,선정적 언어,외모비난,비속어등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현실. 가장 많이 적발된 프로그램은 SBS'아이 러브 코미디'(26건),KBS2'서세원의 화요스페셜'(17건),KBS1'체험 삶의 현장'(13건)순이었다.

전문지식및 사전준비 부족,부정확한 발음및 비표준어 구사,편파적 시각등 진행자들의 부족한 자질을 전문MC 선발및 적극기용,방송언어 능력 등급제,평가기구 활성화 등으로 시급히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방송개발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것은 공공시설인 방송을 주도적으로 이용하는 진행자로서 시청자와 청취자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누구나 진행할 수 있지만 아무나 진행자가 될 수는 없다”는 말은 그래서 여전히 설득력을 갖는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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