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문:피의자는 언제 어디서 붙잡혔습니까?답:1998년 10월4일 오후2시경 폐가가 된 집에서 붙잡혔습니다.

문:그 폐가는 가출소년들이 집단으로 기거하던 곳이지요? 같이 기거한 사람이 몇명입니까?답:붙잡혀 올 때도 말했지만,잘 곳이 없어 나 혼자 거기에 들어갔습니다.그곳은 아마 다른 가출소년들이 기거하다가 가버린 곳인 모양이지요. 문:가방이나 옷가지들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 가출소년들이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답:거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급히 떠나야 할 사정이 있었을 수도 있지요. 문:결국 공범이 없다는 말인데,지난번 그러니까 루주 묻은 휴지를 훔쳐가지고 나왔을 때 바깥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는 친구는 누구입니까?답:그때 바깥에서 망을 본 친구는 없습니다.

문:고물 장수 아저씨가 분명히 바깥에서 망을 본 공범이 있었다고 했다는데,고물 장수 아저씨와 대질신문을 하여도 공범이 없었다고 끝까지 주장할 수 있습니까?답:고물 장수 아저씨가 다른 사람을 공범으로 착각하고 시비를 걸었을 수 있지 않습니까.그래서 고물 장수 아저씨가 그 사람에게 얻어맞았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문:폐가에 왜 관이 놓여있었습니까? 답:낸들 압니까. 문: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는 왜 갖다놓았습니까? 답:그것도 내가 어떻게 압니까. 문:피의자는 친구들과 함께 부탄가스를 마시지는 않았습니까? 이번에도 부탄가스를 마시고 환각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닙니까? 답:부탄의 부 자도 모릅니다.

문:그럼 피의자는 9월30일 낮12시경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답: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어디 일자리가 없나 하고 케이에프시(KFC)같은 데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문: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일자리도 잘 구할 수 없으니까 강도짓을 했던 거 아닙니까? 답:일자리가 없다고 누구나 강도짓을 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문:9월30일에도 증거물로 압수된 팬티를 입고 있었나요? 답:그 팬티는 이틀 전부터,그러니까 10월2일부터 입고 있었습니다.

문:팬티가 몇개 있나요? 팬티를 며칠만에 한번씩 갈아입나요? 답:가방에 세 개 정도 들어있습니다.대개 사흘에 한번 갈아입습니다.어떤 때는 하루만에 갈아입기도 하고요. 문:가방 속에 팬티가 두개 들어있는 것은 이미 확인하였습니다.어떤 경우에 팬티를 하루만에 갈아입습니까? 답:몽정 같은 거 했을 때요. 문:그럼 9월30일에도 하얀 번갯불 무늬가 박힌 검정 팬티를 입고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그 다음날 다른 것으로 갈아입었다가 다시 그 검정 팬티를 입을 수도 있으니까.답:지난 며칠 동안은 몽정을 한 기억이 없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