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비행기도 '다이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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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비행기들이 일제히 다이어트에 나섰다. 고공행진을 하는 기름값 때문에 항공사들이 비행기의 군살을 빼기로 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에서 음식을 나르는 카트(27kg)를 가벼운 것(21kg)으로 교체하고 비행기에 싣는 생수.음료수의 양을 10%가량 줄이기로 했다. 항상 싣고 다니던 스페어 타이어(200kg)도 없앴다. 식기도 자기(개당 250g)에서 알루미늄(10g)으로 교체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선만 운항하는 항공기에선 잘 쓰지 않는 오븐을 제거했다.

또 비행기가 착륙한 뒤 주기장으로 이동할 때는 한개의 엔진만 사용하고 화물기의 컨테이너도 150kg짜리에서 90kg짜리로 교체키로 했다. 이승렬 대한항공 차장은 "항공기 무게를 줄이는 등 연료 효율성을 높일 경우 300억원 정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1200kg(777편 기준)이나 싣고 가던 세면용 물을 800kg으로 줄이는 등 비행기 체중감량에 나섰다. 항공사들은 안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비행기 다이어트'를 실시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경제속도와 경제고도를 지키도록 조종사들에게 당부하는 것은 물론이다. 이렇게 해 편도 20만ℓ의 연료가 드는 인천~뉴욕 노선의 경우 8000ℓ나 줄일 수 있다고 항공사 측은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올해 사업계획에서 연료비를 1조원으로 잡았으나 유가인상으로 40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830억원을 추가 지출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항공사들이 요금을 무턱대고 올릴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물가상승을 걱정하는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데다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고려할 때 항공기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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