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보 100일 무엇이 해결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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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온나라를 뒤흔들면서 세계적으로 한국경제의 신용도를 떨어뜨린 한보사태가 오늘로 1백일이 된다.보기에 따라서는 한국경제가 선진화하기 위해 변신해야 할 시점에서 발생한 구조적 비리라는 점에서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제공한 사건이었다.그러나 한보사태 1백일동안 많은 반성과 책임추궁이 뒤따랐지만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치르고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구조개혁은 아직도 감감한 상태다.당장 한보철강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처분할는지가 아직도 불분명하다.완공전에도 매각할 것이라 하지만 기왕 처분하려면 공정한 기준아래 공개입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또한 완공까지 자금지원을 하려면 이미 거액을 물린 채권은행의 추가부담이 불가피한데 은행의 수지를 더이상 악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분명치 않다.이 두가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자면 과연 한보철강이 회생가능한가라는 판단이 중요한데 관리단의 2001년 이후 흑자실현주장은 별로 미덥지 않다.

청문회와 검찰수사를 통해서도 거액대출경위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또 정부관료와 은행임원의 정책실패에 대해서도 별로 밝혀진 것이 없고,책임추궁이 없다 보니 언제라도 같은 정책실수는 가능하다는 냉소적인 평가까지 하게 된다.문제는 관료나 은행임원의 행동을 감시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인데,정부가 이를 위해 내놓은 해답은 거의 없다.예를 들어 민간기업의 경영자가 경영미스를 해서 기업이 부도가 나면 시장에서 기업은 퇴출된다.즉 경쟁이 이들 경영자의 행동을 감시하는 제도가 되는 것이다.정부내에 경쟁원리를 도입해 효율화를 추구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릴 일이지만 은행의 경영풍토를 바꾸는 것은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일이다.즉 은행의 지배구조를 혁신해 비합리적인 대출관행을 고치면 되는데 금융개혁위원회의 토의내용을 보나,재정경제원의 입장을 보나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다.한보사태 1백일을 계기로 좀더 속도감있는 뒤처리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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