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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JERI칼럼

경제팀 흔들기엔 상황이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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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그만 좀 흔들어라. 제발 일 좀 하게 그냥 두라.

난, 강만수 팀의 경제정책에 그다지 큰 믿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다. 때로는 시장경제를 무시하는 듯하고 때로는 시장과 싸우는 듯한 이 팀의 스타일은 더욱 맘에 들어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런 나도, 지금은 강만수 팀을 그대로 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팀의 경제정책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거나 (또는 거친 표현으로, 강만수 팀이 정신을 차렸다거나), 또는 그 스타일이 세련돼져서 그런 건 아니다.

이유는 한 가지다. 정부가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실기(失機)’하지 말고, 그 정해진 정책을 하루라도 빨리 집행해야 할 때지, 새 경제팀으로 정책 방향을 새롭게 가다듬을 때가 아니란 얘기다.

지금이 평상시라서 먼 훗날을 내다보고 앞뒤 따져가면서 섬세하게 정책을 펴 나가야 하는데, 만약 지금의 경제팀이 그런 안목이나 자질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새 경제팀을 들여야 할 것이다. 또는 지금처럼 심각한 위기 때, 경제팀이 위기에 제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나라 일을 그르치고 있다면, 그 또한 새 경제팀으로 갈아치워야 할 때일 것이다.

지금 나라 상황은 그렇게 여유 있는 때도 아니고, 경제팀의 위기 대응이 근본적으로 그릇된 것 같지도 않다. 물론 정책의 세세한 부분까지 들어가 보면, 빈 구석도 있을 것이고 장래 국가경쟁력 강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들도 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수도권 규제 완화, 금산 분리 개선, 공기업 선진화 등 그 제도 개혁의 큰 방향이나, 몇 십조에 이르는 경기 부양책의 규모 등에 중대한 그르침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수많은 기업과 일자리의 존망이 걸려 있는 나라 정책의 빈 구석과 그르침을 따지지 말자는 게 아니다. 지금 상황이 너무 다급하니, 나라 안팎이 권하고 있고 또 집행 계획까지 이미 세워져 실행만을 기다리고 있는 정책부터 빨리 실행에 옮기자는 얘기다.

경제팀을 갈아야 한다는 주장들은, ‘현 경제팀이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게 그 이유의 주종을 이룬다. 그래서 새 경제팀에 적합한 인물로 ‘시장이 믿을 만한 과거의 거물’들까지 거론하고 있다.

경제팀을 개편하자는 그룹 중에는, (지금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제도 개혁으로) 나라 경제를 확 바꾸라고 들여온 이명박 정권과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모임들도 눈에 띈다. 심하게는 (국민들이 대선과 총선을 통해, 개혁해야 한다는 분명한 의사표시를 한) 과거 정책 기조를 옹호해 온 집단들도 심심치 않게 ‘새 경제팀을 그리는 무리’에 포함된 걸 관찰하게 된다.

이들의 주장을 순순하게 정책 전환 제언으로 받아들일 때 그렇다는 얘기다. 그게 아니고, (우리 늘 그렇듯이, 이 세상을 정략적으로 바라본다면) 자기 또는 자기와 연이 닿는 인물로 갈아야 한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그러나 그들이 추천하는 ‘새 인물’들이 지금 정부가 하려는 일과 같은 일을 하려 한다면 구태여 새 인물이 필요 없을 것이고, 그 인물들이 지금 정부가 하려는 일과는 다른 일을 벌이려는 인물이라면 그런 시대역행적인 인물은 들여놓아서도 안 될 것이다.

더구나, 국회가 저 모양인 상태에서 새 경제팀을 짜려 한다면,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작동할지, 아니 인사청문회를 열 수 있을지부터 의심스럽다. 설사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이를 무사히 넘겼다 하더라도, 새 팀이 자리 잡고 일(정책 집행)을 시작하는 데는 또 수개월이 흘러갈 것이다. 그 사이에 경제는 바닥으로 바닥으로, 떨어질 터인데 말이다.

새 경제팀은 위험과 낭비가 널려 있는 발상이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더라도, 경제가 어느 정도 정상화될 때까지는, 일을 그르치지 않는 동안에는, 지금 팀을 그대로 뒀으면 한다. 강만수 팀이 위기 극복책을 지금 정해진 대로, 하루라도 서둘러 실시·집행해 주기를 바라서다.

김정수 경제전문기자 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