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박경식 테이프 입수.은폐 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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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김현철(金賢哲)씨측은 G남성클리닉원장 박경식(朴慶植)씨의 녹화테이프 폭로를 막기 위해 테이프공개 보름전부터 집요하게 노력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김현철씨의 YTN 인사 관련 통화내용이 담겨있는 테이프가 신문을 통해 공개된 것은 지난달 10일.그러나 현철씨는 이보다 보름전인 2월25일께 김무성(金武星.신한국당)의원을 통해 이 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金의원은 당시 이신범(李信範.신한국당)의원으로부터“큰일 났다.현철이에 관한 중대한 녹화테이프가 있다더라”는 말을 듣고 현철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李의원은 같은날 장신규(張信奎)민주당 당무위원으로부터 처음으로 테이프 존재를 들었다고 했다.전 경실련 간부였던 張씨는 2월22일 경실련 양대석(梁大錫)사무국장을 만나 테이프 처리에 대한 도움을 요청받았고 이를 李의원에게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金의원은 녹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채 단순한 스캔들 정도로 생각하고 확인을 요청하자 현철씨는“그런 일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한다.金의원에 따르면 현철씨는 朴씨의 병원에서 비디오가 찍히는 줄을 전혀 몰랐던 것같았다는 것이다.

2월26일 저녁 梁씨와 張씨가 다시 만났으나 식사도중 경실련을 담당하는 안기부 직원이 梁씨를 여러차례 호출기로 찾는 바람에 이를 피하느라 세번이나 자리를 옮겨야 했다.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안기부 직원은 梁씨에게 테이프를 건네달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한다.

당황한 梁씨가 김무성의원을 전화로 찾자 金의원은“지저분한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마라.원하는게 뭐냐.일단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 오후11시에 만나기로 약속했으나 梁씨는 약속을 안지켰다.

그시간 梁씨는 金의원 대신 팔레스호텔 근처에서 경실련 유재현(兪在賢)사무총장을 만나 테이프 4개를 넘겨줬던 것이다.兪총장이 급하다며 무조건 테이프를 갖고 나오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兪총장은 당시 梁씨에게“테이프를 안기부 기조실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으나 최근“梁씨로부터 테이프를 받아내기 위해 거짓말을 했던 것”이라고 뒤집어 의혹으로 남아있다.

2월28일께 金의원이 梁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박경식씨는 비디오를 몰래 찍은 약점 때문에 공개를 못할 것이니 당신만 가만 있으면 된다”고 달랬고 이때 梁씨가 테이프를 폐기했다고 대답하자 金의원은 마무리가 잘돼 다 끝난줄 알고 전화를 끊었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박경식씨는 21일 청문회에서“김현철씨에게 전화를 했더니'테이프 때문에 전화한 모양인데 다 조치해 놓았으니 폭로할테면 하라'고 협박했다”고 증언했었다.결과적으로 양대석씨의 녹화테이프 입수사실은 장신규-이신범-김무성-김현철의 라인을 타고'보고'된후 안기부까지 가세해 테이프를 입수.폐기하려 했던 셈이다.그러나 이들의 예상을 깨고 박경식씨가 테이프를 언론에 공개하는 바람에 현철씨 의혹에 불을 붙이는 역할을 하게 됐던 것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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