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종합부동산세 '충격' 크지않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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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부동산 투자환경이 영 안 좋다. 일부 지역이지만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취득.등록세를 매기게 돼 있는 주택거래신고제가 시행된 데 이어 내년부터 부동산이 많을수록 세금이 높아지는 종합부동산세도 신설될 것이라 하니 분위기가 더욱 냉랭하다. 여기에다 내수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급감하자 남의 돈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부동산을 사들인 사람들은 좌불안석이다.

몇 달 전만 해도 너무 달아올라 걱정이었던 부동산 경기가 왜 이렇게 곤두박질치고 있을까.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장기침체 국면으로 빠지는 징후인가. 뚜렷한 근거는 없지만 관망 분위기를 지나 불황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부동산 경기를 잘 조절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와서 누구를 탓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만 정책 실패의 후유증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집이 안 팔려 분양받은 아파트로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전셋값을 못 돌려줘 경매로 넘어간 집이 부지기수다. 어렵사리 마련한 집 한칸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서민들의 생활이 애달프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뾰족한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침체 속에서도 돈이 될만한 부동산에는 투기가 벌어져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하소연이다. 풀어 놓으면 값이 오르고 규제를 하면 침체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얘기다.

이런 마당에 세금 부담이 많아지는 종합부동산세제가 내년부터 시행된다 하니 앞으로 부동산으로 떼돈 벌 생각을 안 하는 게 마음이 편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세금을 너무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세금을 꼼꼼히 따져보고 그래도 채산이 있다 싶으면 투자하는 쪽이 오히려 현명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려 했지만 이제는 낼 것은 다 내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종합부동산세도 그렇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구상 중인 내용을 보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별다른 불편이 없다. 더욱이 임대주택.상가.임대빌딩 등과 같은 사업용 건물은 중과 대상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여 너무 기죽을 필요는 없다. 또 가구별이 아닌 개인별로 세금을 매길 예정이어서 가족끼리 소유권을 분산할 경우 세금 중과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주택거래신고제 지역의 경우 취득.등록세는 종전보다 보통 3~5배 높아져 당분간 세금 충격에 따른 거래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것도 투자수익을 좀 적게 잡으면 별로 문제될 게 없다.

원래 위기가 곧 기회라지 않는가. 경기가 침체할 때 좋은 물건을 손에 넣는 게 성공투자의 지름길이다. 돈은 태평시대보다 혼란기에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리라.

지금은 정부의 잇따른 수요억제 정책에 따라 관망세가 우세하나 세금에 대한 선입견이 풀리면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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