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김현철씨 지역구공천 관여 - 박경식씨 청문회서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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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경식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21일 청문회에서 여야의원들은 8시간여 김현철(金賢哲)씨의 국정개입을 확인키 위해 추궁과 회유를 거듭했다.의원들은 4.11총선 공천과 당정(黨政)고위직.방송사 인사에의 현철씨 개입사실을 캐물었고 야당측의 은근한 부추김에 朴씨는 현철씨 인사관여등을 털어놨다.

여당의원들은 의사로서 朴씨의 비도덕성을 꼬집으며 朴씨의'좌충우돌'을 제어하려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朴씨는 먼저 4.11총선 직전 현철씨의 지역구 공천조정을 폭로했다.朴씨는“현철씨는 한이헌(韓利憲.부산 북-강서을 의원)씨의 해운대-기장 출마를 원했으나 韓씨 본인은 자기 고향을 원했다”며 “현철씨 여론조사 결과 韓씨가 이기택(李基

澤)씨에게 밀리자 현철씨가 출마지역을 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朴씨는“총선때 박태중씨 사무실에서 여론조사인 듯한 보고서가 팩스로 계속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고도 했다.

이인구(李麟求.자민련).김경재(金景梓.국민회의)의원등은 다른 정략적 공천 여부를 물었고 朴씨는 “현철씨가 이부영(李富榮)의원과 언젠가 큰 일을 같이 해 보고싶다고 했다”며 여야를 넘나든 현철씨의 정치적 행보를 공개했다.현철씨의'대

권도전'플랜도 관심을 끌었다.朴씨는“현철씨가 여러차례 총선출마를 시도했으나 부친 반대로 무산됐다”며“그가 부산시장.서울시장을 거쳐 대권도전을 한때 검토했던 걸로 안다”고 진술했다.

朴씨는 또“전병민(田炳旼.전청와대정책수석)씨가 사직할 때 하얏트호텔에 있던 현철씨는 자신과 상의없이 사직했다며 크게 화를 냈다”고 말해 청와대수석 인사에도 관여해왔음을 드러냈다.

김학원(金學元.신한국당).김민석(金民錫.국민회의)의원등의 안기부 인사관련 추궁에 朴씨는“현철씨가 오정소(吳正昭.안기부1차장)씨에게'열심히 하라'고 하자 吳씨는'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이틀후 보니 발령이 났더라”고 했다.

朴씨는 또“김기섭(金己燮)전안기부운영차장이 현철씨에게 주연을 베풀려고 96년 8월 한 호텔의 방 3개를 잡았던 적이 있다”는 말로 현철씨와 안기부 간부의 깊숙한 관계를 암시했다.

朴씨는 또“현철씨가 이홍구총리.김철대변인등의 임명을 하루전에 일러줬다”“홍두표 KBS.강성구 MBC사장의 유임을 둘러싸고 대안이 없다고 했다”고 국정전반의 개입을 시사했으나“현철씨가 자기 입으로 (인사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한 적은 없다”고 슬쩍 비켜갔다.그는 또 대호건설사장 이성호(李晟豪)씨를 통한 현철씨의 케이블TV 이권개입 여부도“모른다”고 선을 그었다.朴씨는 그러나 이날“대선후에는 현철씨를 영식님이라고 부르며 걸맞은 대우를 하려했다”“현철씨에게 로스쿨.의과대 8년제 도입등을 건의한게 내 작품”이라며 자랑했다. 〈최훈 기자〉

<사진설명>

21일 국회 한보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박경식 G남성클리닉원장이

김현철씨의 국정개입 사례등에 대해 증언하면서 의원들에게“반말하지

말라”고 대꾸하기도 하고 여유있게 웃기도 하는등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용철.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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