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3년간 30억 지출 - 김상현 의원 수입.지출명세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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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회의 김상현(金相賢.얼굴)지도위의장이 18일 지난 3년간 정치자금 수입.지출명세를 공개했다.한보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으나 개인적 착복이나 축재는 없었다는 해명성 공개지만 중진 정치인의 돈 씀씀이와 수입원을 가늠케한 측면도 있다.

金의장은 최근 3년동안 최소 30억원 이상을 쓴 것으로 보인다.“국회환경포럼등 내가 맡고 있는 3개 환경단체에서 5대강 수질검사,입법및 정책수립 활동을 하는데 94년부터 96년까지 9억5천만원을 썼다”고 했다.

또“지난해 4.11총선때 1백67명의 원내외 후보에게 적게는 1백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천만원을 줬으며 6.27선거때 당소속 광역단체장 후보(11명)에겐 수천만원에서 1억원씩,기초단체장 후보(2백여명)에겐 50만원씩,그리고 기초의원 후보들에겐 30만원 이상씩 전부 해줬다”고 말했다.두차례 선거에 최소 20억원이상을 썼다는 계산이다.

당권을 향해 뛰어온 정치인으로서 평상시 일상적인 당직자 접촉및 대의원 설득에도 비용이 상당했을 것이다.그는 한달에 열흘정도는 지방을 누비며 대의원 접촉을 해왔다.

이 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실무자들에 따르면 환경관련단체 3곳은 관련 기업들의 후원으로 상당량 자급자족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밖의 돈은 대부분 친분이 있는 기업인,또는 정치권 인사에게서 왔을 수밖에 없다.평소“재벌 돈은 안 쓴다”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10대 그룹이 아닌 중견.중소기업들이 주된 후원세력인 셈이다.

그는“기업인등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이외에 집에 있던 1천5백만원짜리 병풍 10첩을 모두 팔아치우고 친지들로부터 그림을 얻어다가 팔아 쓰기도 했다”고 밝혔다.재력있는 인사들에게 미술품을 시가보다 비싸게 팔아 간접 후원받는 전통적 방법도 쓴 것이다.

그는“국회의원의 경우 각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만~3천만원씩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을 활용,2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두 5억5천만원을 대출받았다”고 했다.

“한달에 이자만 1천1백80만원”이라는 대목에서는 자금순환이 여의치 않아 빚으로 빚을 꺼나가는 한계기업 비슷한 행태도 엿보인다.

金의장의 이번 고백은 돈의 입출(入出)규모가 한단계 위라는 여당 중진.여야 총재급 정치인.대선 예비주자들의 자금사정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이들마저 공개하고 나오면 정치자금 시장의 흐름과 해법이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金의장의 사례에서 보자면 중견정치인들이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돈드는 선거'때문이다.金의장의 경우 지출 총액의 절반이상이 선거에 나서는 자당(自黨)후보에 대한 지원이었다.

반면 초.재선급 의원들은 대신 지역구 유지비로 그 정도 비율의 금액을 지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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