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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그로 마법사 오바마 … ” 공화당원 노래 CD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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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7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해병 기지에서 운동한 뒤 나오고 있다. 이날 저녁 하와이에서는 벼락으로 대규모 정전 사고가 일어나 오바마가 머물던 숙소도 11시간 동안 전기가 끊겼다. [하와이 AFP=연합뉴스]

“죄의식에 시달려온 백인들은 검둥이 마법사 오바마 덕분에 행복하게 됐네/그들은 나 대신 오바마에 투표하겠지.…”

미 공화당 유력 인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을 ‘니그로(negro:검둥이)’라고 비하한 노래 CD를 성탄절 선물로 주변 인사들에게 돌려 물의를 빚고 있다. 흑인으로서는 처음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에 대한 공화당과 보수층의 반감이 은연중에 드러난 사건이라고 미 언론들은 지적했다.

올해 초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도왔던 테네시주의 실세 공화당원 칩 솔츠먼은 성탄절을 앞둔 지난주 초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들에게 ‘버락 더 매직 니그로(Barack the Magic Negro)’란 노래가 담긴 CD를 선물로 보냈다. 1960년대 포크그룹 피터 폴 앤드 메리가 히트시킨 ‘퍼프 더 매직 드래건(Puff the Magic Dragon)’을 패러디한 것이다.

내용은 “흑인을 박해했던 미국 역사에 죄의식을 느끼는 사람들(백인)의 표심을 오바마가 사로잡고 있다”고 지적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지난해 칼럼을 바탕으로 했다. ‘우리는 미국을 싫어해’라는 타이틀의 CD에는 이 밖에도 얼마 전 외도 사실이 들통나 체면을 구긴 존 에드워즈 전 민주당 상원의원, ‘갓 댐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를 외쳤던 오바마의 정신적 스승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를 비꼰 노래 등 모두 41곡이 담겨 있다.

파문이 커지자 마이크 덩컨 공화당 의장은 27일 “부적절한 노래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공화당 원로 뉴트 깅그리치도 “오바마를 비하하거나 인종주의적으로 부르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노래를 듣는 사람은 공화당 위원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흑인인 케네스 블랙웰 공화당 전국위 위원은 “노래 비난은 과잉대응”이라며 솔츠먼을 감쌌다. 솔츠먼도 “순전히 장난 차원에서 만든 선물”이라며 “노래를 들어보면 정치적 풍자일 뿐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변명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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