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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진기자의오토포커스] 고개 드는 ‘빅6’ 생존론…도요타의 고용철학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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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간단히 말하면 지구상에 자동차 업체(공장)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세계 도처에 급속히 공장을 지어온 자동차 업계에 화살이 돌아가는 것이죠. 미국 빅3(GM·포드·크라이슬러)의 위기는 해외 업체의 잇따른 미국 투자도 한 원인입니다. 해외 업체가 최근 20년간 북미에 지은 공장이 무려 20여 개나 됩니다. 빅3의 미국 생산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1100만 대인데 해외 업체만 500만 대에 달합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올해 1300만 대까지 줄면서 미국에 수출된 차를 빼고도 공급 과잉이 된 것이죠.

시장 크기가 줄면서 파산 또는 인수합병을 통해 전체 파이(시장)를 줄이는 게임이 시작된 셈입니다. 일본만 해도 승용차를 만드는 회사가 8개나 있습니다. 한국은 다섯 개, 중국은 메이저만 10개나 됩니다. 신흥 시장의 급격한 수요 증가로 공장 짓기에 바빴다가 수요가 줄어들자 갑자기 자동차 업체가 너무 많아 보이게 된 겁니다.

이번 빅6론은 1990년대를 풍미했던 ‘빅5론’과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 생산규모 5등까지 살아남는다는 이 이론이 나올 당시는 자동차 산업이 호조였죠. 세계 도처에 공장을 지어 똑같은 모델을 대량생산하며 가격을 낮춰야 살 수 있다는 논리였습니다. 당시 유명했던 단어가 바로 ‘월드 카’입니다. 이런 게임에서 승자는 도요타였습니다. 저비용과 고효율을 앞세워 똑같은 생산방식으로 동일한 차를 세계 곳곳에서 만들었지요.

지금 자동차 위기는 패자를 만들고 그를 공중분해하거나 승자가 싸게 인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 때문에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인수합병이나 전략적 제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남기 게임입니다. 목표이익이나 판매대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살아남을까요. 줄어든 수요에 재빨리 대응하는 탄력적인 생산시스템을 갖춘 업체입니다. 이런 점에서 도요타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석 달 동안 100만 대 감산에 이어 추가로 100만 대 감산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930만 대를 팔았는데 내년 750만 대 판매를 예상하고 여기에 맞는 생산시스템으로 바꾸는 겁니다. 여기서 다른 업체와 확연히 차이 나는 점이 있습니다. 종업원을 보는 시각입니다. 도요타는 임금을 줄이더라도 정규직은 단 한 명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래야 종업원들이 회사를 믿고 자발적으로 개선안을 내놔 생산시스템을 바꾸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구조조정이 당연한 시대에 도요타의 고용철학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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