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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레터] 소통의 미학이 더 필요한 출판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아쉽다….”

‘2008 올해의 책’을 선정하면서 출판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습니다. 출판·문학·학술을 담당하며 한 해 동안 신간을 검토하고 소개해온 저희들의 느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올해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에 발맞춰 사회·문화를 깊이있게 분석한 책들은 부족해 보입니다. 완성도와 대중성의 조화도 아쉽습니다. 깊이 있으면서도 일반 독자들이 선뜻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소통의 미학은 여기에도 필요합니다.욕심 같아서는 시대정신에도 한 획을 그을 만큼 위력을 발휘한 한 권의 책, ‘베스트 오브 베스트’도 뽑아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지면에 선정된 책들은 25권의 후보 중에서 다수로부터 고르게 지지를 받았음을 밝혀드립니다.

한편 비록 ‘올해의 책’ 8선(選)에 들지 않았지만 아깝다고 여겨지는 후보 책들이 있어 여기에 소개합니다.

장회익 전 서울대교수의 공부인생을 정리한 『공부도둑』(생각의나무), 고(故) 박경리 선생의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 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마로니에북스)는 읽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책으로 꼽힙니다. 올해 문단에 성장소설 붐을 일으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완득이』(창비)에 표를 준 분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후보 목록에는 없지만 출판인들이주목한 책들의 리스트도 받아봤습니다. 여기엔 김우창의 삶과 학문세계에 대한 밀도 높은 대화를 담고 있는 대담집『세 개의 동그라미: 마음·이데아·지각』(김우창 지음·문광훈 대담·한길사),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대중의 ‘조직없는 조직력’을 날카롭게 통찰한『끌리고 쏠리고 들끓다: 새로운 사회와 대중의 탄생』(클레이 서키 지음·갤리온)도 포함돼 있습니다.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사진집 『하늘에서 본 한국』(새물결)을 비롯, 황석영의 『개밥바라기별』, 코맥 매카시의 소설『로드』(문학동네), 안전하고 윤리적인 먹을거리의 문제를 제기한 『죽음의 밥상』(산책자) 을 선정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올해 나온 좋은 책들을 되짚어보는 과정은 의미 있었습니다. 어떤 책을 놓쳤는지를 알게 됐고,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도 몇 권 더 찾아냈습니다. 여러분도 이 중에서 마음의 눈을 밝혀줄 책 한 권을 찾으셨길 바랍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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