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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위성 수리 출장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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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위성이 실패하는 유형은 여러 가지다. 예전에 로켓 기술이 미흡할 때는 발사체가 발사 중 실패해 위성체가 파괴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발사체에 부분적인 문제가 발생해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1995년 발사한 우리나라 최초의 통신방송위성인 무궁화위성 1호는 미국 델타2 발사체의 부스터 분리 실패로 예정된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위성 연료를 사용해 정지궤도로 진입하는 바람에 수명이 5년 이하로 줄었다. 로켓 기술의 발전과 함께 발사 성공률은 높아졌으나 위성 자체 문제에 의한 실패는 여전하다. 특히 초기 운용 기간 중에 위성체 내에 기술적 오류가 생겨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정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거나 초기 운용 기간 중에 문제가 발생할 때 위성 회수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위성을 지상으로 수거하거나 우주에서 수리하는 비용이 일반적으로 다시 제작해 발사하는 비용보다 크다. 아주 비싼 위성의 경우에 우주궤도에서 위성을 회수해 수리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 84년 4월 세계 우주역사상 가장 특별한 위성 수리 임무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 80년에 발사했던 솔라맥스 위성에 60m까지 접근해 우주인이 우주유영을 통해 위성을 잡았다. 위성의 자세 제어 메커니즘과 전자부품을 수리한 후 궤도에 다시 보냈다. 같은 해 1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는 PAM 모터의 오작동으로 우주미아가 된 2대의 통신위성을 화물칸에 싣고 지상으로 되돌아왔다. 이때 회수된 웨스터-6호와 파라파 B-2 위성은 90년에 다시 우주로 보내졌다.

92년에 15억 달러짜리 ‘허블우주망원경’의 자이로와 태양전지 셀에 문제가 발생했다. 우주왕복선을 발사해 저궤도에서 수리한 후 로켓모터를 부착해 원래의 궤도로 다시 보냈다. 우주왕복선 한 번 발사에 약 5억 달러가 소요되므로 이 경우에 우주에서 수리하는 것도 승산이 있었다. 같은 해 발사 실패로 타원 궤도에서 선회하던 ‘인텔샛-6’ 위성을 우주왕복선 인데버로 회수해 원지점 엔진을 부착해 정지궤도로 보낸 일도 있었다. 위성 제작사인 휴즈사(현 보잉사)는 미 항공우주국에 960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위성의 성능과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 보수 및 수리 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특수 위성을 연구 중이다. 미 공군은 2004년 XSS 마이크로 위성을 이용해 진단·보수 및 우주에서의 서비스 제공을 위한 실험을 수행했다. 고장 난 부품과 비행소프트웨어를 교체하고, 연료 재급유에 대한 기술적 가능성을 연구했다. 2007년 3월에 미 국방연구소(DARPA)는 ‘오비털 익스프레스(Orbital Express)’라는 우주 임무를 수행했다. 오비털 익스프레스 프로젝트는 ‘아스트로’라는 서비스 제공 위성이 ‘넥스트샛’이라는 위성에 랑데부 및 도킹을 해 위성 보수 및 수리작업을 실험한 것이다. 아스트로에는 재급유를 위한 위성 추진연료, 교체용 배터리, 위성을 잡기 위한 소형 로봇팔 등이 실렸다. 넥스트샛으로의 연료 공급과 배터리 교체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이 프로젝트의 주목적은 군 정찰위성의 임무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연료의 재급유였다. 이 실험의 성공적 수행으로 우주에서의 위성 수리 및 보수 임무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장 난 위성을 포기하든, 궤도에서 수리하든 또는 지구로 회수하든 결정할 때 여러 가지 요소를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한다. 대체 위성을 개발해 재발사하는 비용에 대한 회수 및 수리비용, 회수상의 기술적 문제들이 고려 대상이다. 가까운 미래에 고장 난 위성에 대한 궤도에서의 회수 및 수리가 흔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장영근 한국항공대학교 교수 한국과학재단 우주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