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가구값의 허와 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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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안양에 사는 회사원 김영길(35)씨는 결혼날을 잡은 여동생과 최근 심한 말다툼을 했다.혼수품 때문이다.

여동생의 혼수품을 준비해야 하는 김씨는 얼마전 인근에'21세기가구랜드'라는 가구가격파괴점이 들어섰길래'마침 잘됐다'며 이곳에 들러 가격을 알아봤다.

원목으로 된 혼수옷장(10.5자)이 80만~1백20만원,침대 15만~30만원,가죽소파 1백만~1백80만원이었다.가장 비싼 것으로 세가지를 장만해도 3백30만원정도면 돼 집에 돌아와 여동생에게 설명했더니'싸구려'니까 품질이 조악할

것이라며 유명브랜드 가구를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날 모브랜드 가구대리점을 찾아가봤더니 전날 보았던 가격파괴점과 품질차이를 크게 못느꼈다.그렇지만 가격대는 혼수옷장의 경우 1백40만~2백50만원,침대 30만~60만원,가죽소파가 2백만~3백50만원이나 했다.제일 비싼 것

으로 세가지를 구입할 경우 6백60만원으로 두배나 됐다.

그런데 여동생이 또'싸구려'얘기를 할까봐 돌아오는 길에 다시 가구가격파괴점에 찾아가 가구유통과정과 가격에 대해 따져봤다.유명메이커의 경우 직영공장이 있지만 품목별로는 중소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받아 25~

30%의 마진을 붙여 대리점에 넘긴다.

그러면 대리점은 여기에 다시 20~25%의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그런데 21세기가구랜드는 유명브랜드업체에 OEM으로 납품하는 1백여개 중소가구업체를 회원으로 모아 이들 회사의 제품을 판매대행하는 가구유통전문업체다.

판매가격은 중소가구업체가 유명메이커에 OEM으로 납품하는 가격.21세기측은 마진 없이 회원업체가 팔아달라고 하는 가격대로 판매한 다음 대금을 업체에 넘겨준다.대신 회원사로부터 매월 매장운영경비와 매출실적 5% 미만의 수수료를 받는

다.

회원사인 가구업체는 21세기가구랜드에 내게 되는 경비와 수수료는 매장과 영업사원을 두고 판매할 경우 드는 판매경비의 20%에도 못미처 OEM 납품가격으로 팔아도 크게 이익이라는 것이다.

마석이나 일산의 가구단지 안에 있는 메이커 직영매장의 경우 가구대리점 가격보다 15% 전후 싸다.하지만 직영매장이라 해도 매장운영비와 판매직원 월급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OEM 납품가격보다 10% 정도는 비싸다.

김씨는 이같은 가구유통과정을 여동생에게 설명해주자 여동생도 이해해 결국 가격파괴점에서 구입키로 결정했다. 〈유진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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