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사건' 계기로 본 의료기기시장 실태와 현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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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의료기기업체 메디슨의 金모(37)과장은 최근 다시 고개를 든 특혜의혹설 때문에 곤혹스럽지만 다음달 받을 우리사주 배당금을 생각하면 가슴이 부푼다.

그가 90년 이후 세차례에 걸쳐 받은 주식 2천주의 값은 들인 돈의 7배 이상 올랐다.

메디슨은 지난해 초음파 진단기등이 날개돋친듯 팔리면서 8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임금동결 분위기와 달리 직원 월급도 평균 10%이상 올렸다.첨단의료기기산업이 21세기의 유망'돈방석'으로 떠오르면서 중견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국내의료기기 시장은 생산 4천억원,수입 6천억원등 1조원에 달하는 규모인데다 수익률도 높아 기업들이 유망산업으로 꼽기 때문이다.

진로그룹은 지난 10일 러시아에서 개발한 혈액응고기등을 중심으로 시장진출을 발표했으며 ㈜서통도 안구(홍체)진단기를 개발해놓고 임상시험을 하는 단계.제약업계에서는 이미 70년대 중외제약.녹십자가 뛰어든데 이어 대웅제약은 지난해,일동

제약은 올 2월 시장에 들어왔고 종근당이 최근 합류를 검토중이다.

대기업으로는 두산상사가 X-레이 필름현상기등을 만들고 있고 삼성과 미국 GE가 합작한 삼성GE가 초음파진단기.컴퓨터 단층촬영기(CT)등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제조업체 수는 93년 3백24개사에서 96년말 현재 4백14개사로 늘어났는데 아직 상당수는 의료용구나 초보적 기기를 만드는 영세한 수준.또 수입업체들은 보통 2억~3억원에 이르는 기계 몇대만 팔면 유지가 가능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93년 2백33개사에서 96년말 4백56개사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골밀도 진단기등을 수입하는 유니텍의 유영종(劉榮鍾)사장은“최근 경쟁이 치열해져 마진이 줄어들고 애프터서비스 비용이 높아 이익률은 박하다”고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시장은 의사들의 외제선호와 기술수준 차이로 수입제품이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하는데 값이 대당 억대인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CT등은 95% 이상이 수입품.

한국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 하창화(夏昌和)이사장은“국산품의 품질이 입증되면서 최근 외제선호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병원들의 폭발적인 고가장비 도입은 정밀한 치료 목적 외에도 병원들간의 경쟁이나 의료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검사.치료로 수익을 올리려는데서 비롯된 경우도 많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첨단의료기기 수입은 환자에 대한 서비스 제고라는 점에선 긍정적이나 병원간의 지나친 도입경쟁은 결국 환자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내업계는 국내시장의 경쟁과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동남아.일본.유럽등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이미 95년 국내업계의 수출액은 1천2백억원에 달했으며 경쟁력도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의료기기산업을 21세기의 중점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우고 인공신장기.다기능 환자감시장치.CT등의 개발에 95년부터 2001년까지 1천5백여억원을 지원할 계획.이 자금지원을 둘러싸고 업계에서는 간간이 잡음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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