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수익성 없는 품목은 철수. 전문화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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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신세계백화점 명동점이나 천호점은 혼수용품을 팔지않는다.소비자들이 찾으면 역삼동'신세계 신혼생활관'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또 현대백화점 본점에서는 책상.장롱등 가구를 살 수 없다.지난달 23일 매장구성을 바꾸면서 가구 브랜드를 모두 철수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미도파백화점 본점이던 현재의 메트로미도파에서는 식품매장이 없고 롯데백화점 명동점에도 세제.라면.과자류등을 구경하기 어렵다.백화점(百貨店)은 온갖 물건(百貨)을 다 파는 곳이란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그러나 백화점마다 특성에 맞게

품목을 하나 둘씩 줄여나가면서 요즘은 백화점이 오십화점(五十貨店)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행여“그 백화점에 가니 뭐가 없더라”는 소문이라도 퍼질까봐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않는 품목까지 구색용으로 들여놓던 과거에 비해 엄청난 변화다.

신세계백화점본점 반병오 점장은“과거 미국.일본의 백화점들이 할인점.양판점이 등장하면서 패션리더 의류만 취급하는 곳으로 변신했듯이 국내 백화점들도 종래의 백화점 개념을 떠나 점차 오십화으로 변해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아직 과도기임을 입증하듯 정리대상 품목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고 주변 건물이나 독립층으로 빼놓은 경우도 많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8월 명동점 본 매장의 가전코너를 없애는 대신'가전전문관'이란 별관을 만들었다.또 지난달 14일에는 천호점 별관에'생활용품전문관'을,15일에는 영등포점 별관에'가구전문관'을 잇따라 열었다.본 매장 빈자리는 영캐주얼.숙녀복등 패션 상품으로 채워졌다.

아크리스.뉴코아.그랜드등이 올들어 경쟁적으로'패션명품관'을 낸 것도 온갖 품목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생활종합백화점에서 탈피해 전문화.고급화된 매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와관련,유수남 LG백화점 사장은“화장지.세제등 대량소비 품목은 할인점으로,가구.전자제품등 고가의 목적구매 상품은 전문시장으로 점차 넘어가고 있다”면서“전자.가구.구두등의 경우 어느 백화점이 먼저 철수시키느냐로 업체들간 눈치만 뽀품?있다”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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