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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무기 개발로 자주국방 다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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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주한미군 감축, 나아가 철군과 관련해 다시 '자주국방'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지난 20일 노무현 대통령이 제시한 '협력적 자주국방'이 사실상 가장 현실적인 대안의 총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보수 언론은 한결같이 자주국방의 필요성과 재원 확보에 대해 비판, 아니 비난의 사설을 쏟아내고 있다. 만일 자주국방이 한나라당에서 나왔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사실 한국에서 자주국방의 원조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니던가.

집권 초기부터 사상 전력에 대한 의심, 이후 독재와 인권 탄압으로 지속적인 미국의 견제를 받아온 朴전대통령은 미국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자주국방이 필요조건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나아가 1970년대 주한미군 감축과 미국의 무상 군사원조 종료, 베트남 적화, 집권 말년 지미 카터 대통령과의 극심한 불화 등으로 국방의 대미 의존 탈피, 즉 자주국방은 박정희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70년대 초반, 베트남 파병의 대가로 자주국방과 관련한 주요한 두개의 연구기관이 설립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국과학기술원(KIST, 후에 KAIST)이 그것이다. 이들의 중점 전략과제는 항공과 핵이었다. 만일 朴전대통령이 몇년만 더 버텼으면 우리는 20년쯤 전에 핵미사일 보유국이 됐을 것 같다.

이것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미국의 승인을 받는 조건으로 완전히 깔아뭉개고 대미 의존, 아니 종속의 국방체제가 고착화돼 버렸다. 한국은 미국 군산복합체의 가장 우수한 고객이 됐던 것이다. 이를 일부 언론은 국방비 절감, 공짜 방위로 찬양하고 있다.

또 하나 이해되지 않는 건 보수세력과 가장 급진적인 민주노동당이 자주국방에 대해서는 노선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당의 통일.국방 핵심 공약 중 하나가 소위 '신무기 도입 백지화'다.

민노당이 백지화를 지목한 사업은 다목적 헬기(KMH).차기 호위함(FFX-1).차세대 전투기(FX) 등이다. 문제는 FX 등 몇개 도입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내 연구개발사업이라는 것이다.

군수산업은 상당한 부가가치와 첨단기술을 선도하는 산업이다. 또한 그 첨단기술의 특성상 고급인력이 필요하고 고용효과도 만만치 않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고학력 인력이 대책 없이 쏟아져 나오는 구조에는 아주 적합한 분야다.

나아가 국내 개발하는 경우 독자적인 후속 군수지원으로 실제적인 군장비의 가동률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산업 파급효과도 만만치 않다.

민노당의 신무기 도입 백지화 공약은 이러한 국익을 무시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개발을 안 하면 사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그것도 민노당이 끔찍이 싫어하는 미제로.

이제 자주국방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항목이다. 보수 언론은 보수로서의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이제부터라도 진지하게 자주국방의 각론들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에 정당한 협조와 비판, 그리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재철 중앙일보 디지털국회 우수 논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