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이라크 결의안 '마찰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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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라크 주권이양 결의안을 둘러싸고 유엔 안보리가 두동강으로 갈라졌다. 문제의 핵심은 올 6월 30일 출범하는 이라크 임시정부에 어느 정도 군사통제권을 허용하는지 여부다.

이라크전을 주도한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 측에 미.영 연합군의 장기 주둔을 전제로 한 반쪽짜리 군사통제권을 부여하자는 입장인 반면, 중국. 프랑스.러시아.독일은 다국적군의 조속한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두 캠프의 절충 여하에 따라 이라크사태의 향배가 결정될 전망이다.

◇총대 멘 중국=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26일(현지시간) 제출한 3쪽 분량의 수정결의안의 가장 큰 특징은 임시정부에 광범위한 군사통제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이 자위권을 행사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임시정부와 사전협의를 통해 군사작전을 벌이도록 했다. 또 다국적군의 주둔 시한을 이라크 총선이 실시되는 내년 1월 말로 못박아 놓았다.

다만 임시정부가 다국적군의 주둔 시한 연장을 요청할 경우에 대비, 이 문제를 미국 아닌 유엔 안보리가 결정하게 했다. 또 임시정부가 정치.경제.안보.사법.외교권을 100% 확보하도록 명문화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라크 임시정부는 석유를 포함한 자원 등 국유재산 통제 및 처분권, 경제협력 협정과 조약의 체결권, 사법권, 구금시설 관리권 등을 갖는다.

◇구체성 떨어지는 미.영 안=반면 지난 24일 미국과 영국이 제출한 초안은 6월 30일 유엔이 이라크 임시정부를 승인토록 하고 있을 뿐 정부의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또 문제의 핵심인 군사통제권만 해도 이 초안은 미군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이라크 치안과 안보를 담당하도록 명시하고 있을 뿐 임시정부의 군사통제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다국적군의 철수에 대해 내년 1월 이후 출범할 임시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이 문제를 재검토한다고만 돼있다.

◇물밑 갈등=알렉산더 코누진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중국.러시아.프랑스.독일 등 4개국이 이라크 국민과 임시정부가 납득할 수 있는 선까지 결의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채택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코누진 대사의 발언은 유엔 결의안 표결이 6월 중순까지 미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관측통들은 분석했다.

건터 프로이거 유엔 주재 독일대사는 "다국적군의 주둔과 치안회복 문제가 이라크 정권의 주권제한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며 중국측 수정안에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당초 미.영이 제출한 결의안이 '약간의 조정'이 될 수는 있지만 전면적으로 개정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 15개 대사들을 초청, "유엔은 5월 말에 이라크 임시정부 수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해 조속한 결의안 절충을 촉구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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