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탱크로 바리게이드 - 한경환특파원 알바니아 티라나市 르포 3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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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기총선 실시 약속과 살리 베리샤 대통령의 조건없는 퇴진만이 모두가 살수 있는 길이다.”

알바니아 남부 블로러.사란더시를 접수한 반정부 시위대가 두 도시에 각각'구국위원회'라는 자치지도부를 결성,7일 정부에 보낸 통첩이다.

전날 정부가 무기 자진반납을 요구하며 내놓은 48시간 군사작전 중지조치로 이날 알바니아 남부에서는 정부군과 시위대간의 직접적 충돌없이 표면상 조용히 하루를 넘겼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정부는 무기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시위대에 대해 9일부터 다시 군사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시위대의 행동도 일사불란하다.사란더시 구국위원회는 전직 장교출신인 세바트 코시아를 의장으로 선출하고'시민 행동지침'을 마련,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이곳 티라나의 외신기자들에게 전화로 알려왔다.

구국위원회는 현재 시의 치안을 완전 장악해 18세이하 청소년에 대해선 무기소지를 금지하고 약탈자들을 검거해 처벌하고 있다.

탱크등으로 중무장한 청장년층은 시 외곽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조직을 갖추며 전투에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치안이 확보되면서 시민들은 자유롭게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하지만 티라나에선 사태의 정치적 해결을 기대하는 낙관론도 점차 고개를 들고있다.

사태해결의 열쇠인 조기총선 실시가 아직 방법상 이견이 남아있긴 하지만 결국 시간문제 아니냐는 인식이다.조기총선은 무장 시위대의 핵심 요구사항일 뿐만 아니라 현재 이곳에 급파돼 활동중인 유럽연합(EU)대표단이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이

기도 하다.

사태 중재를 위해 7일 티라나에 도착한 EU 대표단은 알바니아 여야에 조기총선 실시를 위한 분위기 조성을 촉구하고 있다.

언론자유보장.인권존중.민주적 질서유지등이 선행된 상태에서 선거법개정이 논의되기를 EU는 희망하고 있다.한편 베리샤 대통령은 남부지역 반정부 세력들이 무기를 버린다면 45일 안에 조기총선을 실시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말했

다고 그를 면담한 EU대표단의 한 관리가 8일 전했다.

이 관리는“EU대표단이 수도 티라나에서 야당대표들과 베리샤 대통령을 잇따라 면담,사태의 원만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시도했으며 베리샤 대통령이 이처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집권 민주당은 공정한 선거를 위해 시위대와 야당이 요

구하고 있는 베리샤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중립 거국내각 구성에 대해선 여전히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베리샤 대통령은 새 선거에서 집권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에만 물러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티라나=한경환 특파원]

<사진설명>

무장 시위대원 방공포 점검

알바니아의 한 반정부 무장 시위대원이 7일 남부 사란더시 외곽에서 정부군의 공격에 대비해 방공포를 점검하고 있다. [사란더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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